"법적효력 부인할 정도 아냐…'미등록' 알고 맺은 계약, 문제 삼으면 부당"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자본시장법에 따른 금융투자업 등록을 하지 않은 업체와 체결한 투자일임 계약도 민법상 유효한 계약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김 모씨가 투자자문회사 대표 이 모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약정금 액수 산정에 법리 오해가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와 이씨는 2012년 이른바 'FX마진거래'식 투자일임 계약을 체결했다.
김씨가 외환거래계좌로 투자금을 입금하면 이씨가 이를 운용해 발생하는 수익과 손실을 50%씩 나눠 가지기로 하는 내용이었다.
2013년 9월까지 20억원의 수익이 나자 두 사람이 10억원씩 나눠 가졌는데, 이후 투자손실이 발생했는데도 이씨가 9만 달러만 손실보전조로 지급하자 김씨가 소송을 냈다.
김씨는 이씨가 거둔 이익 모두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미등록 영업을 했으므로 이씨와 맺은 투자일임 계약은 자본시장법을 어겨 무효이고, 따라서 '부당이득'으로 챙긴 이씨의 이익까지 돌려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1·2심은 투자일임 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사실상 미등록 영업이라는 점을 용인하면서 이씨에게 투자를 맡겼으므로, 미등록 영업을 구실 삼아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다만 "두 사람이 손실에 대해서도 각자 절반씩 나눠 가지기로 계약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1심은 '김씨에게 1억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심은 일부 금액을 상향조정해 지급액을 1억6천614만원으로 올렸다.
대법원도 미등록 업체와 맺은 투자일임 계약이 유효인지를 두고는 2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계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이 금융투자업 등록을 하지 않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하는 취지는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투자업을 건전하게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반해 체결한 투자일임계약 자체가 사법상 효력까지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씨가 지급해야 할 약정금을 구체적으로 산정하는 방식을 두고는 일부 법리오해가 있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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