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리니 여자배구 감독 "우리 목표에 가까워진 느낌"
김연경 "감독님 스타일의 배구에 맞춰가는 단계"
(보령=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2승 12패에 16개 참가국 중 최하위'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2019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레이스에서 예선 마지막 경기를 남겨둔 상태의 성적표다.
한국이 VNL 원년 대회였던 지난해 5승 10패로 12위였던 지난해에 크게 못 미친다..
올해 1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라바리니 감독은 부진한 성적에 초조할 법도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 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VNL 기간을 '라바리니식 배구'를 이식하는 단계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라바리니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빠른 스피드의 '공격 배구'이면서 세터와 리베로를 뺀 4명의 공격수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토털 배구'다.
공격 배구의 출발점은 강서브다. 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 놓는다면 새로운 공격 기회를 창출하고 득점으로 연결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라바리니 감독이 취임 직후부터 "서브 범실을 두려워하지 말고 강하게 서브를 넣어야 한다. 이기고 있다가 (서브를 약하게) 조절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강서브를 과감하게 구사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인 이유다.
한국이 19일 열린 VNL 5주차 2차전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3-0 대승을 거둔 것도 강한 서브로 일본의 강점인 수비 조직력을 허물었기 때문이다.
나카다 구미 일본 여자대표팀 감독은 "최근 한국과 몇 차례 경기했는데 오늘 한국의 경기가 가장 좋았다"면서 "서브가 좋았고, 흐름을 끊는 타이밍이 적어 경기하는 데 전체적으로 어려웠다"며 패인을 분석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강서브로만 이길 수 없고 첫 번째 터치인 '수비'와 두 번째 터치인 '토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안정된 리시브를 바탕으로 세터에게 공이 전달돼 공격 기회를 만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그는 "첫 번째 터치가 세터 3m 안으로 높게 와야 한다. 모든 공격수가 준비할 시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상대 서브에 이은 첫 번째와 두 번째 터치를 강조했다.
아울러 세터들의 정교한 볼 배급과 라이트를 주공격수로 하는 배구 스타일을 선호한다.
라바리니 감독이 주전 세터인 이다영(현대건설)에게 빠르고 정확한 토스를 끊임없이 주문하는 한편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시)에게 집중됐던 공격 비중을 라이트 김희진(IBK기업은행)에게 할당하는 이유다.
라바리니호가 지금까지 14경기 중 승리는 벨기에전과 한일전 등 2경기뿐이지만 5주차까지 이어지면서 성공적으로 이식되는 분위기다.
19일 일본과 대결에서 3-0 완승을 한 건 토털 배구가 한국 배구에 순조롭게 접목되고 있음을 보여준 증거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일전 만큼은 우리 목표(토털배구)에 가까워진 느낌"이라면서 "리시브 이후 공격의 질이 좋았고, 매일 우리 배구를 만들기 위해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김연경도 "감독님이 저에게 집중되는 것보다 라이트 공격수(김희진)에 더 집중하는 쪽으로 변화를 주고 있는데 그 시스템에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VNL이 실험 무대라면 도쿄올림픽 예선은 라바리니식 배구의 승패를 확인하는 자리다.
한국(세계 9위)은 올해 8월 2일부터 4일까지 러시아 칼리니그라드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세계 예선 E조에서 러시아(5위), 캐나다(18위), 멕시코(21위)와 조 1위에 주는 1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다툰다.
라바리니호는 이번 VNL 4주차 때 러시아에 1-3으로 졌지만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또 곧 발표 예정인 올림픽 세계 예선 대표팀에 센터 양효진(현대건설)과 레프트 이재영(흥국생명)이 합류할 가능성이 커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VNL을 통해 한국 여자배구에 이식한 라바리니식 스타일의 배구가 올림픽 출전이라는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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