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메시지 주목…"트럼프에 '北조건대로 핵협상' 압박할수도"
"시진핑은 중국의 영향력 과시, 김정은은 '미국外' 다른 선택지 과시"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외신들은 1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국빈 방문이 교착 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과 미중 무역 담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했다.
이번 방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고전 중인 북중 정상들에게 각각 힘을 실어주는 '윈윈 회담'이 될 것으로도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면 그 전에 핵무기를 먼저 해체하라'는 요구를 내려놓으라고 설득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민타로 오바 전 미 국무부 한일담당관은 블룸버그에 "두 정상은 주로 북한의 조건에 따라 북한과 핵 외교를 하라고 워싱턴에 압박을 가하려 할 것 같다"며 "단계적인 비핵화 접근과 부분적인 제재 해제"가 북한의 핵 협상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방북이 미국의 압박 작전에 대한 역내 지지가 약화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시 주석의 방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내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무역 대화를 나눈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시 주석의 방북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3차 정상회담 외에 다른 선택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회라고 이 통신은 분석했다.
CNN 방송 역시 전문가들을 인용해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이번 만남이 두 지도자에게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CNN에 "시 주석은 중국이 아시아 안보에 관한 결정에서 배제될 수 없는 '키 플레이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며 "시 주석의 방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이 북한 핵위협 종식 노력에서 도움이 될 수도, 방해자가 될 수도 있음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로라 로젠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중국 담당 국장은 시 주석의 방북이 김 위원장에게 중요한 선전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은 자신이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강력한지를 자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실탄을 얻은 셈"이라고 평했다.
AFP 통신도 시 주석의 방북은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 주석이 평양 방문을 통해 지렛대(레버리지)를 확보한 뒤 G20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 주석이 북한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대화를 위한 '협상칩'으로 활용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는 전문가의 우려도 있다고 AFP는 소개했다.
류용욱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AFP에 "시 주석이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근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를 얻거나 무역 협상에서 더 잘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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