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부동산시장 나빠지면 자본적정성 부정영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부동산 개발사업에 채무보증을 서는 일이 크게 늘면서 부동산 경기 악화 시 자본 적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2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권회사의 채무보증 규모는 2017년 말 28조원에서 지난해 말 38조2천억원으로 1년 새 10조2천억원(36.4%) 늘었다.
전체 채무보증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보증이 같은 기간 13조원에서 19조6천억원으로 6조6천억원(50.8%) 늘어 전체 채무보증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했다.
보증 형태별로는 신용위험 부담이 더 큰 신용공여형 보증이 같은 기간 20조3천억원에서 31조3천억원으로 11조원 늘어 채무보증 확대를 주도했다.
한은은 "2017년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부동산 PF 보증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증권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신용공여형 보증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이 급격히 늘면서 부동산시장 여건 악화 시 증권사가 부담해야 할 신용위험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한은이 민간 신용평가사 자료를 토대로 증권사 부동산 PF의 채무보증 현황을 추정한 결과 주거용 부동산이 56.6%, 상업용 부동산이 28.6%, 산업용 부동산이 14.8%를 차지했다.
주거용 및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분양에 실패할 경우 사업시행자의 현금흐름이 악화해 채무 불이행 위험이 커진다.
한은은 "증권사가 보증한 주거용 및 상업용 부동산 PF 사업의 5.9%가 평균 분양률이 60%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다만 증권회사의 채무보증 중 부실 가능성이 큰 고정이하여신의 비율이 작년 말 현재 0.41%로 낮은 수준이고, 증권사의 순자본비율도 작년 말 547.4%로 감독기준(100%)을 크게 웃돌고 있어 충격흡수능력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건전성 지표가 아직은 양호하지만 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을 저하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편 한은은 보고서에서 금융시장 자본 유출입 현황과 관련, 최근 몇 년간 국내기관의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CLO 투자 규모는 2013년 말 10억 달러에서 올해 1월 말 40억 달러로 4배로 증가했다.
다만 국내 기관투자가의 해외채권투자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아직은 낮은 수준이라고 한은은 평가했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금융 충격 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이 얼마나 하락할지를 기초로 금융취약성을 가늠하는 새로운 평가지표(GaR·Growth at Risk) 분석결과도 제시했다.
GaR란 4분기 전에 예측한 전분기 대비 GDP 성장률 예상확률분포의 하위 5% 분위값을 말한다. 성장률 전망이 최악 시나리오에서 어느 수준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평가지표인 셈이다.
한은은 2012년 이후 GaR가 -0.6∼-0.3% 구간에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1분기는 -0.28%, 2분기는 -0.33%, 4분기는 -0.36%, 4분기는 -0.46%로 GaR 예측치가 하락해 한국경제의 금융 취약성이 다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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