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언론 "中 지도자 첫 '국가방문', 김정은 체면 세워줘"

입력 2019-06-20 14:52   수정 2019-06-20 16:50

홍콩 언론 "中 지도자 첫 '국가방문', 김정은 체면 세워줘"
SCMP "이전엔 '친선방문'·'공식방문' 형식…북한 영향력 확대 의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0∼21일 방북은 중국 지도자로서는 첫 '국가방문'이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면을 세워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북한 매체는 지난 17일 시 주석의 방북을 발표하면서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초청에 의하여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인 습근평 동지가 20일부터 21일까지 조선을 국가방문하게 된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평양 도착…국빈방북 일정 시작 / 연합뉴스 (Yonhapnews)
시 주석도 19일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에 따라 "친선을 계승하여 새로운 장을 계속 아로새기려는 아름다운 염원을 안고 곧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국가방문하게 됩니다"라고 밝혔다.
'국가방문'은 한국식 표현으로 '국빈방문'에 해당하는 것으로, SCMP에 따르면 중국 지도자의 방북에 '국가방문'의 지위가 부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005년 10월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방북을 비롯해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등 중국 지도자의 방북 때는 국가방문이 아닌 '친선방문', '공식 친선방문', '공식방문' 등의 지위가 부여됐다.
북한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완전한 '국가방문'의 지위가 부여된 것은 지난 1982년 9월 김일성 주석의 방중 때가 유일했다.
미국 하와이 동서센터의 데니 로이 선임 연구원은 "시 주석의 방북에 이전보다 더 높은 지위가 부여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을 더욱 살려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이는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에 대한 영향력을 획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 주석으로서는 새로운 북미 관계로 인해 중국이 무시당하는 일이 없도록 김 위원장의 환심을 살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핵보유국이라는 지위가 북한의 영향력을 키워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링난대 장바오후이(張泊匯)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주임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졌지만, 북한 정권은 핵무기 보유로 전략적 운용의 공간이 넓어졌다"며 "경제적 영향력 확대가 북한의 전략적 선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국의 역량이 커진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네 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북한이 현재 20∼30기의 핵탄두를 보유해 지난해 10∼20기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SCMP는 이밖에 이번 시 주석의 방북에서 눈여겨봐야 할 사안들로 ▲북한 비핵화 진전 여부 ▲북·중 우호 관계 강화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미·중 정상회의에 미칠 영향 등을 꼽았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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