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아이돌보미, 근로자 아니다"…1심 뒤집어

입력 2019-06-20 17:54  

광주고법 "아이돌보미, 근로자 아니다"…1심 뒤집어
1심 "근로계약서 작성, 위탁기관 감독하에 업무…근로자 맞다"
항소심 "위탁기관과 종속 관계로 볼 수 없어…근무 제재 거의 없어"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아이돌보미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에서는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해 휴일근로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아이돌보미들이 기관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광주고법 민사2부(유헌종 고법판사)는 김모씨 등 160여명이 광주 모 대학 산학협력단 등 4개 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가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보미가 가정에 찾아가 만 3개월∼12세 아동을 돌봐주는 아이돌봄서비스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아이돌보미들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은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아이 돌봄 사업을 위탁받은 대학 산학협력단 등 법인이었다.

1심 재판부는 "서비스 기관들이 직접 면접을 통해 돌보미들을 채용했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기관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 것으로 판단돼 돌보미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서비스 기관이 2013년 9월부터 월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소속 돌보미를 4대 보험에 가입시키고 1년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을 지급한 점, 수당에 대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점 등은 소속 근로자로 볼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종속 노동의 핵심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 것"이라며 "돌보미는 기관에 출·퇴근할 의무가 없고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더라도 기관이 제재를 가할 권한도 없다. 근로시간을 확정하지 않았고 활동 기간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돌보미들이 사용종속관계에서 기관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설령 돌보미들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해도, 서비스 기관은 운영 권한만 위탁받은 것에 불과해 근로계약에 대해 기관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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