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 "김정은, 대미 협상 중개자 역할 시진핑에 의뢰한 듯"
도쿄신문 "시진핑, 평양회담 결과물 갖고 트럼프와 대립 타개 모색"
극우 산케이 "中정상 방북은 '귀문"'…"韓, 북미 중재자 역할 약화"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을 놓고 일본 언론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시각이 두드러졌다.
요미우리신문은 21일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 이달 말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미국에 협조를 할 카드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미중 관계의 심각한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며 "대미관계를 안정시키려는 시 주석이 미중 간 이해가 일치하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서 미국과의 협조를 이뤄내려 한 것 같다"는 한 외교 소식통의 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한국이 대미협상의 중개자로서 실리가 없다고 보고 중개자 역할을 시 주석에게 의뢰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도쿄신문은 북중 정상회담의 배경과 관련,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각각 무역마찰과 핵 문제로 대립하는 북중 정상이 서로를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에서 일치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G20 정상회의 때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격렬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 주석이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물을 '기념선물'로 가져와 회담의 초점을 분산시키며 대립관계를 타개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 신문에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이 최종적으로 굳어진 것은 지난주 중반"이라며 "시 주석이 방북을 결정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문제에서 무언가 긍정적인 태도를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시 주석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의식해 G20에서 북한을 카드로 활용할 생각이라며 이번 방북을 통해 중국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자세를 명확히 했다고 분석했다.
히라이와 순지(平岩俊司) 난잔(南山)대 교수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중 정상회담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시 주석과 미국과의 협상에서 중국의 지원을 받으려는 김 위원장 사이의 단기적인 생각이 일치해 성사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북한과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지 아닌지 등에서 미국에 대한 입장이 원래부터 다르다"며 "미국에 대해서는 북중 간 구조적인 입장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김정은 주최한 환영 만찬 참석…리설주 한복 돋보여 / 연합뉴스 (Yonhapnews)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의 경우 과거 중국 정상들이 북한 방문 후 자국 내에서 곤경에 처했던 상황을 소개하며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산케이는 중국 정상의 북한 방문을 '귀문(鬼門)'이라고 표현했다. '귀신이 드나드는 문'인 귀문은 나쁜 결과가 나오니 피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신문은 1978년 화궈펑(華國鋒) 중국 공산당 주석, 1989년 자오쯔양(趙紫陽) 당 총서기 등이 북한을 방문한 뒤 자국 내 정치 상황에서 곤란을 겪다 밀려난 상황을 소개했다.
또 한국 일부 언론들의 보도를 인용해 한국 내에서 북중 정상회담으로 한국의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이 약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하기도 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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