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 때문에 여성 인권 침해가 잦은 파키스탄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전담하는 특별법정 1천개가 설립된다.
2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시프 사이드 코사 파키스탄 대법원장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파키스탄 전역에 성폭력 문제를 맡을 법정 1천16개를 세우려 한다"고 밝혔다.
기존 법원 건물 내 별도 공간에 마련되는 이 법정은 가정 폭력 문제 등 여성 대상 범죄만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다. 앞서 2017년 펀자브주에서 시범 설치된 바 있다.
코사 대법원장은 "이 법정의 분위기는 기존 법원과 다를 것"이라며 여성 피해자들은 이 곳에서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여성인권단체도 이 같은 조치에 환영하고 나섰다.
평화개발재단의 로마나 바시르 대표는 파키스탄 법원의 계획은 여성을 위한 훌륭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며 "여성들은 성폭력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폭행, 강간, 납치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이 해마다 수천건이 발생하는 나라로 악명 높다.
특히 부모 허락 없는 결혼, 외도, 부적절한 의상 착용 등으로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여성을 살해하는 '명예살인'은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파키스탄 북부에서는 결혼식에서 남녀가 손뼉을 치며 축하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2012년부터 지난 3월까지 하객 9명이 차례로 명예살인 당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파키스탄 당국도 명예살인 관련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보복을 두려워한 여성들이 피해 사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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