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까지 내려갔던 한상희, 이틀 연속 60대 타수로 단독1위

입력 2019-06-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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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까지 내려갔던 한상희, 이틀 연속 60대 타수로 단독1위





(포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정말 골프를 그만뒀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5년째 뛰는 한상희(29)는 매년 시드를 잃고, 다시 따기를 반복했다.
2014년 처음 KLPGA투어에 발을 디딘 이후 작년까지 4년 동안 한번도 상금랭킹 60위 이내에 진입하지 못해 해마다 시드전을 치러야 했다.
작년 상금랭킹 81위에 그친 한상희는 시드전에서도 41위에 머물러 올해는 주로 2부 투어에서 뛰는 신세가 됐다.
시드전을 마친 뒤 한상희는 "골프를 그만둬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울먹였다.
마음을 추슬러 2부투어인 드림투어에 뛰어들었지만, 성적은 늘 바닥권이었다.
간간이 기회가 올 때마다 출전한 6차례 KLPGA투어 대회에서 그는 5차례나 컷 탈락했고 딱 한 번 컷을 통과한 대회에서는 57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쥐었다.
이런 한상희가 21일 경기도 포천의 포천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로 단독 선두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상희의 경기력은 바닥을 헤매던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빼어났다.
큰 키(174㎝)에서 뿜어나오는 평균 260야드의 장타를 휘두르면서도 좁은 페어웨이를 거의 놓치지 않았다.
그린을 세번 놓쳤지만 모두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볼을 해저드에 빠트려 1타를 잃은 1번홀(파5) 빼고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다.
3번홀부터 6번홀까지 4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버디 8개를 쓸어 담았다.
5m 이내 거리에서 친 퍼트를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한상희는 이날 25개의 퍼트로 18홀을 마무리했다.
전날 치른 1라운드에서도 한상희는 그린 적중률 83.3%라는 컴퓨터 샷을 앞세워 버디 6개를 골라내며 4언더파 68타를 쳤다.
한상희가 이틀 연속 60대 타수를 적어낸 것은 2017년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1, 2라운드 연속 69타를 친 이후 2년 만이다.
그동안 수준 이하의 쇼트게임과 그린 플레이 때문에 애를 먹었던 한상희는 "큰 기대를 않고 나선 경기인데 운이 따라준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퍼트를 늘 짧게 쳐서 이번에는 2m가 지나가더라도 좀 과감하게 치자고 마음먹었더니 퍼트가 쏙쏙 들어갔다"고 비결을 털어놨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어 보이던 긴 부진의 터널을 벗어날 계기가 된 건 퍼트뿐 아니었다.
한상희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쾌활한 성격인데 골프를 하면서 소심해졌다. 노력해도 안되니까 더 힘들었다"면서 "이번에는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고 마음을 달리 먹었다. 원하는 곳에 볼을 떨구는 데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한상희는 "골프를 그만뒀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고 활짝 웃었다.
한상희는 2017년 카이도 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선두로 뛰어올라 최종 3라운드에서 챔피언조로 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
최종 라운드에서 6오버파 78타를 친 끝에 공동22위까지 밀렸던 한상희는 "그땐 정말 제정신이 아닌 채로 경기를 했다. 이번에는 좀 다를 것"이라면서 "내 잠재력을 확인하고 다시 KLPGA투어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kh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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