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김정은 '도발자제·대화기조 유지' 끌어내…긍정 역할
美中갈등, 북핵문제에도 영향 가능성…"한국 입지 좁아질 수도·대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중국이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비핵화 협상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조선 및 관련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장기 안정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핵화 협상이 남북한과 미국 등 3자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중국이 앞으로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중 정상회담 결과에서 드러난 중국의 역할은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조선(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유관국이 조선 측과 마주 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켰던 북한이 시 주석과 만남을 계기로 도발을 자제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이런 입장을 끌어내는 데 시 주석의 역할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21일 "현재까지 드러난 시진핑 주석의 행보는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특히 다음 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이뤄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를 하나의 '성과'로 내세울 수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전하며 자신의 역할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 주석은 전날 회담에서 "중국은 조선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의 상응 조치로 북한에 제공돼야 할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한 체제보장 문제에 있어 북한과 전략적 논의를 강화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에선 이와 관련해 북한이 중국의 이해까지 반영한 까다로운 협상 조건을 내세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미국과의 갈등 상황을 다루는 데 있어 하나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에야 중국의 영향력이 김정은 위원장의 대화 의지를 확인해 협상 재개의 흐름으로 이끄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향후 미중 갈등 양상의 추이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지금까지 북핵 문제가 미국과 중국이 다른 분야의 갈등과는 연계하지 않고 협력하는 이슈였는데 앞으로는 미중 간의 갈등 구도 속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핵화 협상이 남북미 3자 구도에서 남북미중 4자 구도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하고 있지만, 어차피 핵심이 북한과 미국 간 협상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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