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기초자치단체, 사소한 일 제동 늘어…3년 새 58% ↑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반사회적 행위를 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재정난에 처한 기초자치단체들이 80대 여성이 집에서 비키니를 입거나 지방의 소규모 농지에서 닭을 키우는 행위 등 사소한 일에도 제동을 걸고 나서는 등 이를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시민단체 '매니페스토 클럽'은 최근 정보공개법(FOI)에 따라 입수한 자료를 인용, 기초자치단체인 카운슬(council)들이 주민들에게 반사회적 행위 금지 명령(Asbo)을 남발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 텔레그래프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기초자치단체들이나 경찰은 지난 2014년부터 반사회적 행위로 인식되는 일에 대해 '공동체 보호 고지'(CPN·community protection notices·이하 고지)를 하고 있다.
고지를 받은 주민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범법행위로 간주돼 즉석에서 100 파운드(약 15만 원)의 벌금을 내거나 기소까지 되면 최대 2천500 파운드(370만 원)를 물 수 있다.
또 법인이 관련 고지를 준수하지 않으면 기소가 돼서 최대 2만 파운드(3천만 원)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고지 발행 건수의 경우 2014-15 회계연도에는 3천943건이었으나 2017-18 회계연도에는 6천243건으로 58% 증가했다.
고지 발행 자체도 크게 늘었지만 사소한 일에도 많이 발급되는 게 문제라고 매니페스트 클럽 측은 밝혔다.
예컨대 스톡포트 카운슬은 81세 여성에게 자기 집안이라 하더라도 창가 가까이에서 비키니를 입고 이웃집을 쳐다보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고지를 발급했다.
레스터셔 내 찬우드 버러 카운슬의 경우 어린 수탉의 소란 행위를 금지했으며, 이스트 서식스의 윌든 카운슬은 수탉이 시끄럽게 하는 것을 막았다.
매니페스토 클럽 측은 수탉들이 아침에 울어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이런 규제는 수탉을 키우는 것을 차단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이스트 도싯에서는 가구주가 돼지를 키우는 것을 금지했다.
울타리가 너무 높다거나 다 허물어져 가는 헛간을 겨냥한 것도 있었다.
이밖에 8개 카운슬은 개가 짖는다는 이유로, 5개 카운슬은 욕을 한다는 이유로 고지를 발부했다.
매니페스토 클럽의 간부인 조시 애플턴은 "이는 형사사법(criminal justice)에 대한 카우보이식 접근법으로 사법 및 지방 당국에 나쁜 평판을 불러오고 있다"며 "부당한 고지로 삶이 엉망이 될 수 있는 만큼 재검토와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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