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 "제2공항 공론조사로 도민 뜻 모아야"

입력 2019-06-24 08:05  

[인터뷰]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 "제2공항 공론조사로 도민 뜻 모아야"
역대 최다 입법 발의와 사무처 조직 확대 개편 등 성과
대규모 사업장 행정사무조사 부결, 국제관함식 반대 결의안 철회엔 유감 표명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공론조사를 통해 여론을 모은 뒤 결과에 대해 승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재차 공론조사 수용을 요구했다.


김 의장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2공항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론화 과정의 생략에 있다"며 "그럼에도 원 지사는 찬성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며 원 지사에게 날을 세웠다.
그는 또 "제11대 도의회 출범 후 1년 동안 무려 146건의 의원입법 조례안이 발의돼 역대 최다 수준의 활발한 입법활동을 진행했다고 자부한다"면서도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1차 부결사태와 국제관함식 반대 결의안 철회 당시 도민들로부터 지탄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 일문일답.
-- 제11대 도의회가 구성된 지 1년이 지났다.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
▲ 가장 큰 성과라면 활발한 입법활동 전개를 들 수 있겠다.
제11대 도의회 1년 동안 무려 146건의 의원입법 조례안이 발의됐다. 이는 역대 의회 중 최다 입법 발의 기록이며, 제10대 도의회의 동기간 41건에 비해 무려 256%가 증가한 수치다.
조직개편을 통해 도의회 사무처 정원이 17명 늘어나는 등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에 한 발 더 다가선 점도 성과다.
민원홍보담당관 신설, 전문위원 개방형 임용, 입법지원 전문인력 확대, 정책연구실 신설도 이뤘다.
최근 우리 의회 차원에서 국제콘퍼런스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역량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또한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 아래 주제별 현장방문을 진행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 현실적 대안 제시 및 성과를 도출해내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도 운영해 의혹 해소에도 나서고 있다.
이런 의정활동으로 인해 지방자치학회 주관 제15회 우수조례상에서 단체부문 우수상과 개인부문 대상 및 우수상, 장려상을 각각 수상했고,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등 다양한 수상의 쾌거를 이룩했다.
대규모 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부결, 국제관함식 반대 결의안 자진철회 등 도민의 뜻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일들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2공항 문제나 행정체제 개편 등 현안이 워낙 다양하고,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들이 많아 우리 의회가 대응하는데 애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 의장은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와 관련해 "민주주의 파괴의 악순환을 우리 손으로 끊어야 하지 않겠냐"며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공론조사 실시를 재차 요구했다. 공론조사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론조사 요구 외에 도의회가 제2공항 건설 문제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 제2공항의 건설은 선과 악의 대립 문제도 아니고, 옳고 그름의 대립 문제도 아니라고 본다. 저는 이 문제를 개발과 보존이라는 가치의 대립으로 이해한다.
가치가 충돌할 때 행정과 정치권은 양쪽의 가치를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을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원희룡 제주지사는 찬성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지 않나.
제2공항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론화 과정의 생략에 있다고 본다.
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론조사가 필요하다.
제2공항 관련 공론조사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84%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수의 정치학자와 사회학자들이 공론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에겐 공론조사를 통해 여론을 모은 뒤 결과에 대해 승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보전지역 조례 개정안을 직권으로 상정보류했다. 언제 다시 상정할 예정이며, 재상정의 조건은 무엇인가
▲ 보전지역조례 개정안을 두고 찬반이 너무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전체의원 간담회 개최였고, 그 간담회에서 상정하자는 쪽과 상정을 보류하자는 쪽이 첨예하게 대립하다 의원들로부터 상정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
상정을 놓고 깊이 고심했다.
의회 내부 의견을 듣고 논란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재상정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보전지구 1등급 지역에 항만과 공항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제주 2공항 건설을 막는 제동장치가 될 수 있다.

-- '제주도 카지노업 관리 및 감독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심사보류됐다. 의장은 '카지노 대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주민들에겐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지 이전의 자유가 있고, 그 자유를 지방의회가 조례로 제한할 수 없듯이 카지노 영업소 소재지 변경을 조례로 규정하는 게 과연 올바른 건지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런 세세한 것까지 조례로 정했을 때 어떤 면에서는 의회가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역으로 건물의 대수선, 재건축, 멸실 등 불가항력 사항 외에는 변경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조례의 허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심사숙고해야 될 면들이 많다.



--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안이 총리실에 제출되면서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이 본격화됐다. 바람직한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 방향은.
▲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은 제주도 출범 당시부터 제기됐으나 현재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 대안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읍면동 직선제의 경우 현재의 43개 읍면동을 그대로 둔 채 직선제 실현이 어렵다.
절대적 지지를 얻는 대안을 찾는 것은 사실 쉽지 않기에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전제로 중단기적 접근으로 행정시장 직선제를 도입해 새로운 자치 모형을 구상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제주의 가장 시급한 현안을 꼽는다면.
▲ 제2공항 건설에 첨예한 갈등 등 난개발과 보존의 상충문제, 인구와 관광객 증가에 따른 쓰레기, 상하수도, 교통, 부동산 문제, 경제성장 저하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와 실업문제 등 정말 다양하다.
이 모두가 온 도민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할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들이다.

-- 도민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제주사회가 제2공항 건설 사업을 비롯해 여러 가지 현안으로 인해 다양한 갈등에 휩싸여 있다.
경제도 어렵고 도민의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넘쳐나는 오폐수와 쓰레기, 심각한 교통문제는 제주의 아픈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뢰의 회복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힘을 하나로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화합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도의회가 더 노력하겠다.
경제와 사회,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더불어 행복한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
ji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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