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코어 분석…"해외 자원개발 후유증 '진행형'"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국내 주요 공기업이 설립한 해외법인의 가치가 2년 사이에 2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국내 36개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 가운데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주요 경영지표를 공개한 15곳의 해외법인 97개사의 가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말 기준 취득가액은 23조4천187억원으로, 2년 전보다 1조86억원(4%) 감소했다.
이에 비해 장부가액은 무려 3조1천701억원(22%)이나 줄어든 11조1천368억원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분의 현재 가치를 의미하는 장부가액이 취득가액보다 더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으로, 격차에 해당하는 2조1천616억원의 혈세를 날린 셈이라고 CEO스코어는 지적했다.
기업별로는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취득가액이 2년 전보다 1천713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으나 장부가액은 2조114억원이나 감소하며 해외법인 가치 손실이 1조8천401억원에 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호주 글래드스톤 액화천연가스(GLNG) 사업에서 1조994억원의 손실을 본 게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지목됐다.
한국석유공사도 같은 기간 1천562억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손실을 모두 합치면 무려 7조2천72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910억원의 해외법인 가치 손실을 기록했는데, 대부분은 한국전력으로부터 인수한 우라늄 광산 개발 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CEO스코어는 "이 기간에 장부가액 증가액이 취득가액 증가액보다 많은 공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면서 "과거 정부에서 해외자원 개발에 나섰던 에너지 공기업들의 손실 후유증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해외 자원개발의 경우 최장 수십년의 장기적 성과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인 만큼 단기간의 가치 손실만으로 '실패'라고 규정짓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내놓고 있다.
한편, 지난해 적자 규모가 가장 컸던 공기업 해외법인은 광물자원공사가 룩셈부르크에 출자한 법인(Kores Lux S.a.r.l)으로, 총 4천134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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