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공동성명 등 안 나와 여러 해석…"성과 미약" vs "신중 모드"
中 전문가들 "서방 진영 의구심 생각해 '대북카드' 활용 신중해야"
(베이징·홍콩=연합뉴스) 김진방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국빈방문이 지난 21일 마무리된 가운데 중국 매체들은 시 주석의 방북 성과를 선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23일 1면 톱기사를 비롯해 논평(論評) 등을 통해 시 주석의 방북이 북중관계의 새 장을 열었다며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다.
관영 중앙(CC)TV도 시 주석의 방북 마지막 날인 21일 저녁 메인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 전체 43분 중 33분을 관련 소식으로 채운 데 이어 22일에도 20분가량을 방북 보도에 할애했다.
관영 매체뿐 아니라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주요 언론들도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산책 사진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중국 매체들이 시 주석의 특정 국가 방문을 사흘간 집중 보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는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오는 28일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카드를 손에 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중국 매체의 '과도한' 보도가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알맹이 없이 끝난 것을 포장하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 국가지도자로서 14년 만에 북한을 방문했고, 방문 형식으로 보면 중국 지도자 중 처음으로 북한을 국빈방문했다.
높은 격식과 성대한 의전에도 불구하고 방북 일정을 마친 뒤 북중 정상 명의의 공동 성명이나 보도문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두 정상이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일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의 1∼4차 방중에서는 두 차례 공동 보도문이 발표됐다. 김 위원장의 2, 3차 방중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견 교환을 위한 방문이었음을 고려하면 양국 정상회담 이후 공동 보도문조차 나오지 않은 것은 기대만큼 성과가 없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베이징 소식통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방북 때도 공동 성명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앞선 두 주석의 방북은 비공식, 친선방문이었다"면서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이뤄진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문에서 공동 성명이나 보도문이 나오지 않은 것은 이번 방문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없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모든 정상외교에서 공동 성명이나 보도문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중국 국가주석으로서 14년 만에 이뤄진 방북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는 것은 중국으로서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북미 정상 간 친서가 오가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미국을 의식해 자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북한 카드'를 활용하는 데 있어 중국이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보도했다.
자오퉁(趙通)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은 "중국, 러시아, 북한이 가까워질수록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의심과 반발은 더 커질 것"이라며 "(중국의 대북) 제재완화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무역, 기술, 안보 등에서 긴장 관계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대북 문제에 있어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에 반격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을 지니고 있으며, 중국이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때 미국도 여타 문제에 있어 중국에 협조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롄구이(張璉괴<王+鬼>)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중국과 미국은 북핵 문제에 있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북한의 핵 개발은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대미 협상에서) '북한 카드'를 활용하려고 한다면 어떠한 전략적 이점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중 정상회담 보도에서 양국 경제협력이 강조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를 심각하게 의식하고 있으며, 대북 원조도 그다지 많이 제공하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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