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팝아티스트·디자이너 필립 콜버트, 갤러리시몬 개인전
랍스터, 다른 자아로 내세워 작업…"예술은 하나의 세계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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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서울 종로구 통의동 한적한 골목길에 자리한 화랑이 온통 바닷가재로 들어찼다.
황금 왕관을 쓴 바닷가재는 중세 기사처럼 전투를 벌이는가 하면, 커다란 집게발에 담배를 끼운 채 껄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보드를 타고 막 내달릴 참인 바닷가재도 보인다. 이들 바닷가재는 영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팝아티스트 겸 디자이너 필립 콜버트의 또 다른 '자아'다.
21일 갤러리시몬에서 개막한 '랍스터 랜드 인 서울'은 콜버트의 회화와 조각, 비디오 설치 등을 선보이는 한국 첫 개인전이다.
"내게 예술이란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 작가는 이른바 '랍스터 랜드', 즉 초현실주의 주인공인 바닷가재가 사는 가상 세계를 다양한 매체로 구현한다. 그는 수화기 부분을 바닷가재로 대신한 살바도르 달리의 조각에서 영감을 받아 '랍스터' 작업을 시작했다. 작가 또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바닷가재 문양의 양복을 입고 등장하면서 어느새 '랍스터맨'으로 굳어졌다.
콜버트는 달리를 비롯한 선대의 수많은 거장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홍콩 특별전을 잇는 이번 서울 전시는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조지 콘도 등 근현대 거장을 새롭게 해석한 '헌트 페인팅'과 '랍스터 랜드'로 구성됐다.
작가는 '헌트 페인팅' 연작에서 팝아트 전유물인 대중문화 상징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문화와 초현실주의 이미지를 서양미술사 흐름과 함께 보여준다.
작가는 이를 통해 사람들이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쉽게 예술에 접근하고, 과잉 소비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지금은 울트라 팝의 포화상태다. 인스타그램 대량 유입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미지가 어우러지는 일종의 메가팝 시대다."
전시는 8월 10일까지.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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