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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군 무인정찰기 격추와 관련,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공사들이 이란 영공을 회피하는 우회 항로를 이용하기로 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UAE 두바이 정부 소유의 중동 최대 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과 자회사 플라이두바이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미 연방항공국(FAA)의 경고에 따라 예방적 조처로 일부 항공기의 항로를 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들 항공사는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해의 이란 영공을 지나는 노선의 항로를 남쪽으로 우회해 오만 영공을 통과하는 항로로 운항 중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그러나 두바이-테헤란 노선 운항은 유지했다.
UAE 아부다비 정부 소유의 에티하드항공도 22일 "FAA의 결정 이후 UAE 민간항공청과 논의한 결과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에 따라 아라비아해(걸프 해역)를 오가는 노선의 항로를 조정한다"라고 밝혔다.
UAE 민간항공청은 22일 자국에 등록한 항공사에 "(미군 무인기 격추에) 영향받는 항로의 안전성을 평가해 민항기 운항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이 구역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항공사 사우디아는 23일 낸 보도자료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일부 노선의 항로를 이란 영공을 피하도록 조정했다"라고 밝혔다.
FAA는 20일 발생한 미군 무인정찰기 피격 사건과 관련, 21일 미국 항공사에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해 상공의 이란 영공을 통과하는 노선 이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긴급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항공사는 물론 영국 브리티시항공, 네덜란드 KLM, 호주 콴타스항공, 싱가포르항공, 독일 루프트한자 등 주요 항공사가 잇따라 이란 영공 운항을 중단했다.
이런 움직임과 달리 이란과 우호적인 이라크의 항공당국은 이란 영공이나 걸프 해역 상공을 피하는 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이라크 현지 언론들이 22일 보도했다.
이라크군 관계자는 이라크 루다우방송에 이날 "이라크 항공사의 상업기가 항로를 변경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란과 관계가 원만한 카타르 역시 이란 영공을 회피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다.
카타르 국영 카타르항공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항공기의 항로를 추적하는 여러 전문 사이트는 22일 오후까지 카타르항공 소속 여객기가 여전히 이란 영공을 통과했다고 분석했다.
이란 민간항공청은 22일 "이란 영공과 페르시아만(걸프 해역) 상공은 여전히 안전하다"라며 "모든 항공사가 항로를 변경하지 않고 이란 영공을 통과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걸프 해역 상공에서는 이란-이라크 전쟁 막바지였던 1988년 7월 유일한 민항기 격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미군 순양함 빈센스호가 테헤란에서 두바이로 향하던 이란항공 여객기를 격추, 탑승객 290명이 모두 사망했다.
미국은 이란 여객기를 전투기로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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