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 매체 "야당 이마모을루 후보 54% 득표"…집권당 후보, 패배 시인
이마모을루 "대통령과 조화롭게 일할 것…빨리 만나기 원해"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야권 후보의 당선을 취소하고 실시된 터키 이스탄불 광역시장 재선거에서 야당이 다시 승리했다.
이스탄불은 터키 경제·문화의 중심지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고향'에 해당하는 이 도시의 수성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탄불시장 재선거 결과, 개표가 99.4% 진행된 상황에서 야당 '공화인민당'(CHP)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49) 전 베일리크뒤쥐 구청장이 54.03%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보도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63) 전 총리는 45.09%를 얻어 이마모을루에게 9%포인트가량 뒤졌다.
앞서 3월 말 지방선거 때 득표율 차이 0.2%포인트보다 크게 벌어진 격차다.
투표율은 84.42%로 집계됐다.
에르도안의 뒤를 이어 작년 7월까지 총리를 지낸 이을드름 후보는 패배를 시인했다.
이을드름 후보는 "현재까지 개표 결과를 보면 경쟁자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앞서고 있다"면서 "축하하고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개표 결과가 전해진 후 연설에서 "이스탄불이 터키 민주주의 전통을 수호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이 결과는 그냥 승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또 "우리 대통령과 조화롭게 일할 준비가 됐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비공식 결과로 볼 때 선거에서 이긴 이마모을루에게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선거는 3월 말 선거 결과가 무효로 되고 시행됐다.
경기후퇴 국면에서 치러진 3월 말 지방선거에서는 이마모을루 후보가 1만3천여표의 근소한 차로 승리했다.
그러나 집권 AKP 측은 투표소 감시원 자격요건이 위반된 사례가 많았다며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터키 '최고선거위원회'(YSK)는 야당의 반발에도 이마모을루의 당선을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시행하라고 지난달 6일 결정했다.
이마모을루는 재선거를 보이콧하지 않고 '터키 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 메시지로 지지자를 독려하며 선거전을 펼쳐 큰 격차로 정권의 2인자를 꺾었다.
시슐리구(區) 등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는 거리 곳곳에 이마모을루 후보의 지지자들이 몰려나와 재선거 승리를 환영했다.
인구 1천500만명의 이스탄불은 터키 경제·문화의 중심지이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평가받는다.
1994년 당시 정치 신인 에르도안은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며 터키 정치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이후 이스탄불 광역시장직은 에르도안이 주도하는 정당이 독식했다.
이마모을루 후보의 재선거 승리와 당선이 최종 확정되면 이스탄불 광역시는 25년만에 에르도안 세력의 시정(市政) 지배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과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이기면 터키에서 이기고, 이스탄불에서 지면 터키에서 진다"고 말해 이스탄불 수성에 애착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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