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공산정권 붕괴 후 최대 시위…25만명 "부패 총리 물러나라"

입력 2019-06-24 08:55  

체코 공산정권 붕괴 후 최대 시위…25만명 "부패 총리 물러나라"
총리, EU 보조금 유용 스캔들…보름만에 집회 규모 배로 커져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체코에서 23일(현지시간) 25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총리 퇴진'을 외치며 수도 프라하 도심에 모여들었다.
1989년 공산정권을 붕괴시킨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대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경찰은 시위대의 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체코 이동통신사 T모바일은 네트워크 데이터를 기반으로 "25만8천명 이상"이 운집했다고 추산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 4일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서 12만명이 총리의 퇴진을 촉구한 이후 보름여 만에 규모가 배로 는 것이다.
도심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유럽연합(EU) 보조금 유용 스캔들에 휘말린 안드레이 바비스(64)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인 바비스 총리는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체코에서 2번째로 부자다. 재무장관을 거쳐 체코의 고질적인 반(反)부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2017년 총리직에 올랐다.
그러나 그가 소유한 기업은 200만 유로(약 26억원)의 EU 보조금을 불법적으로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체코 경찰과 EU 반부패감독청의 수사를 받았다.
총리 측은 이달 초 EU 당국의 감사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반박하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또 체코 경찰은 지난 4월 바비스 총리에게 사기 혐의가 있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았지만, 바비스 총리는 법무부 장관을 해임하고 대신 측근을 앉히며 맞섰다.
이런 대응에 사법체계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그는 23일에도 뉴스통신사인 CTK에 이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리가 부패 의혹을 연이어 부정하면서 그에 대한 반감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날 시위에 참여하려고 중부도시 사자바에서 프라하를 찾은 판매직 관리자인 밀라 스티부르코바(39)는 "바비스 총리가 벌이는 일에 진저리가 난다"며 "돈을 빼돌리고,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들을 속이고 빠져나가려고 하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부의 우스티 나드 라벰에서 왔다는 직장인 마르틴 페로우트카(45)는 "이 사람(바비스 총리)이 도대체 어떻게 자리를 지킬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민주주의를 표현하는 시위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를 주도하는 비정부기구(NGO) '밀리언 모먼츠 포 데모크러시'(Million Moments for Democracy)의 미쿨라스 미나르 대표는 오는 11월 16일에 시위를 열 계획이다. 이날은 공산정권을 무너뜨렸던 이른바 '벨벳 혁명' 30주년의 하루 전날이다.
다만 그는 "필요할 경우 그전에도 시위가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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