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옥희 울산교육감 "공교육 정상화 역점…수업 혁신할 것"

입력 2019-06-25 08:05  

[인터뷰] 노옥희 울산교육감 "공교육 정상화 역점…수업 혁신할 것"
"학생중심 수업으로 교육과정 개편…교사 업무 줄여 수업 충실기해"
교육복지 확대, 울산교육 독립운동 재조명 등 강조…학원 교습시간 단축 예고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노옥희 울산교육감의 임기 첫 1년은 울산 최초 진보·여성 교육감으로서 정체성을 확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감 후보 시절 최대 공약으로 내세웠던 '고교 무상급식'을 지난해 7월 취임 후 해를 넘기지 않은 짧은 기간에 이뤄냈고, 교복비나 수학여행비를 지원하는 등 교육복지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전임 교육감들의 비리 등으로 바닥에 떨어진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자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강력한 부패·비리 근절책을 도입했고, 학교 내 성범죄와 여성 혐오를 방지하는 스쿨미투 대책도 내놨다.
노 교육감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원 교습시간 단축을 예고하는 등 남은 임기 동안 진보교육감으로서 뚜렷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노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 취임 1년을 맞은 소회는.
▲ 지난해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울산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시민 요구가 드높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만큼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이 깊었고, 따라서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울산교육을 만들겠다고 시민들께 약속드렸고, 울산교육의 역사를 다시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불신의 그늘은 많이 걷어냈다고 자평한다.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방지시책 평가나 최근 감사원의 자체감사활동 심사 등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등 시민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 취임과 함께 고교 무상급식을 성사시키는 등 교육복지 확대에 매진했다. 현재까지 성과를 자평한다면.
▲ 울산은 학부모 부담 교육경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경제불황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주민생활 만족도 또한 전국 최저인 상황이었다.
시급하게 경제적 부담을 줄여드릴 필요가 있었고, 취임 후 송철호 울산시장과 5명의 기초단체장을 만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보편적 교육복지 확대에 대해 지자체와 공감대를 이뤄냈고, 취임 후 두 달 만인 지난해 9월에 고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전국 최단 기간에 유치원과 초·중·고 무상급식을 성사시킨 것이다.
또 초등학생 학습준비물비 지원금 증액, 초·중학교 수학여행비 지원,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비 지원, 초등 4학년 치과주치의제 도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복지 확대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9월 고교 3학년 무상교육을 시작으로 전면 무상교육 확대도 예정돼 있다.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다. 짧은 시간에 전국에서 가장 열악했던 교육복지를 전국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 재야에 있을 때 학교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많은 활동을 했다. 그러나 교육감이 되고도 비정규직 노조는 교육청의 불통을 꼬집으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갈등은 왜 지속하는가.
▲ 지난해 학교 경비원과 청소원 등 7개 직종 65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울산교육의 중요한 일원이다. 고용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학교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없다는 판단에 취임 직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처우 개선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처우 개선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줄다리기가 있었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고자 노력했다. 직접 노동자들을 만나 요구와 어려움을 듣는 자리도 여러 차례 가졌다.
다만 현재 진행되는 협상이 울산교육청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교육청 공동교섭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협상 시간이 길어지는 등 다소 어려움이 있다. 소통은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나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서로에게 합리적인 교섭 결과가 도출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

-- 올해 3·1 운동 100주년 사업을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다. 어떤 의미를 담았나.
▲ 지난해 역사교사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울산교육계의 항일독립운동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연간 사업으로 잊힌 역사를 복원하기로 했다.
3월 병영만세운동이 시작됐던 병영초에서 '울산교육 독립운동 100년의 빛' 현판식과 QR코드 부착을 시작으로 5월에는 스승의 날을 맞아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교육자 성세빈 선생 등 다섯 분을 참스승으로 선정했다. 6월에는 6·10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옛 울산초에 현판을 설치했고, 10월에는 독립운동 중심지였던 동구 보성학교에 표지판을 설치한다.
모든 사업이 마무리되면 울산교육계의 독립운동지도가 완성되고, 이는 학생들의 역사교육체험 탐방코스로 활용할 것이다. 공적을 널리 알리는 전시와 함께 4학년 지역화 교과서에도 내용을 수록할 계획이다.
-- 공교육 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야간자습이나 방과후수업 자율화를 추진하는데, 이런 정책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교육 강화 방안은.
▲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규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밀도 있고 질 높은 수업을 받고, 방과 후에는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다양한 체험 활동이나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대학 입시도 70∼80%는 수시로 선발하기 때문에, 학생 스스로 선택해서 자기 적성과 관심 분야를 찾는 시간을 주는 것이 변화하는 시대에 올바르게 대응하는 방법이다.
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으로 하고, 다음 날 정규 수업시간에 졸고 있는 것이 이전의 교실 풍경이었다. 지금은 초중고 학원 교습시간이 오전 5시부터 다음날 0시까지로 늦게까지 허용하고 있다.
과도한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생 건강권 보장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초중고 학원 교습시간을 다르게 적용해 시행하는 다른 교육청 사례를 참고하고, 학부모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학원 교습시간을 조정할 계획이다.
--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았는데, 앞으로 역점을 둘 부분은.
▲ 교육복지 확대는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정책이고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수업을 바꾸는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는 학생중심 수업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기초학력 보장 등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겠다.
이를 위해 각종 행정업무에서 교사들을 해방해 본연의 업무인 수업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불필요한 공문서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고, 전시성 행사나 실적 위조 사업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겠다.
교원역량 강화를 위해 교원 연수를 내실화하고, 스스로 참여하는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것이다.
공간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이 있듯 학교 공간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사업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 아이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학교를 안전하고 미래지향적인 공간으로 바꾸겠다.
또 교직원들의 학교운영 결정권을 강화하고, 학부모들의 교육활동 참여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학생 자치활동과 동아리 지원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토론하고 결정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학교문화를 만들겠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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