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민주노총과 관계 고심…당원 게시판 "눈치보지 말라"

입력 2019-06-24 12:22  

민주, 민주노총과 관계 고심…당원 게시판 "눈치보지 말라"
김명환 구속에 속내 복잡…관계 모색 중 악재에 '난감'
"불법 행위엔 반대"…"정책요구 반영하며 대화 이어가야"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김여솔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노총과의 관계설정을 두고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민주당이 민주노총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속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폭력 시위의 계획과 지시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대화 진행에 걸림돌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지난달 임기 시작 직후부터 물밑에서 추진해 온 민주노총 집행부와의 면담 계획도 보류되는 모양새다.
이 원내대표는 최근 한 행사장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조만간 면담을 하기로 했고 양측 실무선에서도 관련 논의를 이어왔지만, 김 위원장 구속에 당분간 대화 채널 복구는 난망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당장 문재인 정부를 '노동탄압 정부'로 규정하고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귀 문제와 탄력근로제, 최저임금 등 함께 풀 노동 현안이 쌓인 만큼 민주노총과의 관계 회복은 해결해야 할 숙제지만 이 같은 악재에 해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구속을 둘러싼 속사정도 복잡하다. 김 위원장 구속과 관련해 공식적으로는 논평 없이 침묵했지만 내부에서는 당위론과 회의론이 교차했다.
한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굳이 구속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앞으로 민주노총과의 관계에 있어 다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출신으로 당 전국노동위원장을 지낸 이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구속 수사로 노동계의 분노와 투쟁수위가 올라가고 있다"며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잘잘못은 법 앞에 평등하게 따져야 하지만 불구속 수사를 해도 큰 무리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목소리가 현장에서 들린다"고 덧붙였다.
당 내부에서는 앞으로 민주노총과의 관계와 관련, 불법에는 분명히 선을 그으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더라도 대화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도부 의원은 통화에서 "사법부 결정을 두고 총파업과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면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성숙해진 국민 의식에 맞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민주노총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며 "사회적 대화의 틀 속에서 접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원내 관계자는 "당분간 관계는 냉각기를 갖겠지만 최저임금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해서 의견 조율이나 협조가 필요한 만큼 대화를 잘 해나가면서 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재선 의원은 "불법 행위를 봐달라는 것은 떼쓰는 것에 불과하고, 이른바 '딜'을 하는 것에도 절대 반대"라며 "하지만 그들의 정책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보듬고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김 위원장 구속과 관련한 글이 서른 건 넘게 올라왔다. '구속이 정당하다', '민주노총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며 단호한 입장 정리를 주문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 당원은 "민주노총은 문재인 대통령이 두 번이나 만났으나 (사회적대화기구 참여에 대한)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어떤 경우에도 불법 폭력 집회는 용서할 수 없다"고 썼다.
또 다른 당원은 "민주노총은 지도부가 혜택이란 혜택은 다 받으면서 가족 특혜 취업에, 데모나 일삼고 노사정이 모여 대화로 해결하자는 요구를 거부하는 곳"이라고 비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 원내대표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위원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 작성을 거절한 것에 대해서도 "수용했다면 당이랑 청와대는 신나게 공격받았을 것"이라고 두둔하는 글도 올라왔다.
s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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