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시정연설 직전 여야 절충안 도출…정치적 부담 커진 3당 '결단'
패스트트랙 심사 장기화 불가피…추경 적시 심사도 위태
경제원탁토론회 형식·정개특위 등 연장 여부 등 쟁점 첩첩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여야 3당 교섭단체는 24일 국회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하기로 하고, 문희상 국회의장 주관으로 '경제원탁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여야가 어렵사리 절충안을 도출해낸 덕분이다.
그러나 핵심 쟁점을 둘러싼 실질적 협상은 또다시 뒤로 미룬 상태여서 여야 대치와 국회 파행의 불씨를 완전히 제거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합의 없이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사실상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 장기화로 민생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각각 코너에 몰려 섣불리 갈등을 봉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패스트트랙 법안 '신속히' 처리 어려울 듯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열고 6개 항으로 구성된 국회 정상화 합의문에 서명했다.
여야는 우선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던 패스트트랙에 대해 '공직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은 각 당의 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한다'라고 합의했다.
여기서 '각 당의 안'은 한국당의 선거법 개정안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앞서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합의안에 한국당의 안까지 추가해 포괄적으로 '종합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가 특별히 '합의 처리'로 못 박지 않고 '합의 정신에 따른 처리'로 문구를 조정한 만큼 최대한 논의를 시도한 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단계별 심사 기한을 채운 후 본회의로 넘기는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쟁점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차례로 통과하겠지만, 앞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처럼 사실상 신속하게 처리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한국당이 요구한 패스트트랙 철회나 사과는 합의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 추경 심사 일정 '빠듯'…내달 17일 통과 미지수
여야는 추경에 대해선 '6월 국회에서 처리하되 재해 추경을 우선 심사한다'라고 합의했다.
6월 안에 추경을 처리하는 방안은 정부·여당이, 선제적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과 재해 추경을 분리해 심사하는 방안은 한국당이 각각 주장해온 것으로 결국 양측의 의견을 절충한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7월 11일과 17일에 두 차례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과 법안 등 안건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상임위별 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 속도를 내야 하는 비교적 빠듯한 일정이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추경안에 대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을 청취하고,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예결위 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이어 28일부터 예결위 추경 심사를 시작하고, 7월 1∼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8∼10일 대정부 질문을 거쳐 곧바로 추경안과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추경 편성과 집행 자체에 반대해온 만큼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온전한 형태로 본회의에 넘겨 처리하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전례로 미루어 7월 17일까지 예결위 추경 심사가 모두 완료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 경제원탁토론회 등 '뇌관' 언제든 폭발 가능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뤄냈지만, 합의문 행간에는 언제라도 국회를 다시 파행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뇌관'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특히 '국회의장 주관으로 국회 차원의 경제원탁토론회를 개최하되 형식과 내용은 3당 교섭단체가 추후 협의해 정한다'고 토론회의 세부 사항 결정을 유보했다.
앞서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심판하는 형태의 청문회를 원했고, 민주당은 경제 정책과 관련해 질의할 것이 있으면 상임위 차원에서 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여야가 합의한 경제원탁토론회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시한 제3의 중재안이지만, '형식과 내용'을 모두 나중에 정하기로 한 만큼 민주당과 한국당이 다시 줄다리기할 수밖에 없다.
이밖에 오는 30일까지로 돼 있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 연장 문제, 패스트트랙 대치 과정에서 이뤄진 국회선진화법 위반 고소·고발의 취하 등은 합의문에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
두 특위의 연장 여부나 고소·고발 취하 문제를 둘러싼 공방은 패스트트랙 논의나 추경 협상 도중 여야 충돌을 부추기는 변수로 언제든 돌출할 수 있다.
◇ 궁지 몰린 3당의 '설익은' 합의
여야가 이처럼 일부 쟁점을 해소하지 못한 채 '설익은' 형태의 합의문을 발표한 데에는 국회 파행 장기화로 저마다 떠안게 된 정치적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추경 시정연설을 강행할 경우 한국당이 극렬 반발하면서 오히려 조속한 추경 처리의 여지를 더욱 축소하는 우를 범할 수 있었다.
한국당 역시 전날 선언한 선별적인 상임위 복귀 입장을 고수하며 대여 공세를 지속할 경우 재해 추경과 민생 법안 처리를 가로막고 정쟁에 몰두한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었다.
'결단'을 할 수 밖에 없었던 3당 원내대표들은 "전력을 다해 민생을 보살피겠다"(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공존의 정치를 시작해볼 수 있을 것"(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국민을 위한 국회가 다시 출발하는 시작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등 극적 합의에 의미를 부여했다.
여야는 이밖에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합의한 인사청문제도 개선소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을 개시하고, 오는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실제 제도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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