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보따리는…'김정은 목전' DMZ서 메시지 타전 주목(종합)

입력 2019-06-25 05:45   수정 2019-06-25 08:26

트럼프 방한 보따리는…'김정은 목전' DMZ서 메시지 타전 주목(종합)
시진핑에게서 김정은 입장 전달받은 뒤 文대통령과 머리 맞대
"金과 매우 좋은 관계" '톱다운 돌파구' 기대감…유연한 메시지 내놓을까
'27일 서울行' 비건, 트럼프 방한 앞서 북미 실무접촉 관심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직후인 오는 29∼30일 방한,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어서 방한 기간 풀어놓을 '보따리'에 관심이 쏠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20∼21일 방북에 이어 이번 주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펼쳐질 릴레이 정상 외교전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이번 방한을 통해 '하노이 노딜' 이후 꽉 막힌 북미 간 교착 국면 타개를 위한 중대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전격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가 남북 접경지역에서 지척에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어떠한 메시지를 발신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북미 정상이 친서 교환을 통한 '톱다운 외교'로 국면 전환을 위한 자락을 깔아놓은 가운데 이를 발판으로 북미 간 대화 재개로 이어진다면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분수령을 맞을 수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오는 27일 먼저 한국을 찾기로 하면서 한미 정상회담 전에 북미 간 실무접촉이 극적으로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 문 대통령과 30일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청와대가 24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약 19개월 만이다.
지난 4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마주했던 한미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간 교착을 타개, 비핵화 협상을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을 방안에 대해 머리를 다시 맞댈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G20 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을 통해 '평양 회담' 기간 청취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도 전달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를 토대로 '다음 걸음'을 어떻게 내디뎌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한미 정상 간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시계가 빨리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우리 정부 측 중재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제시될지도 관심을 끈다.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타전할 메시지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찾아 김 위원장의 목전에서 연설 등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의 메시지를 내보내며 '올리브 가지'(화해의 몸짓)를 내민다면 이는 하나의 큰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 '분단의 상징'인 남북 접경지에서 70년 적대 청산 및 새로운 관계 구축의 의지를 재확인하며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물줄기를 트는 중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첫 방한 때에도 문 대통령과 함께 DMZ를 헬기로 동반 방문하려다 기상 문제로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앞서 북미 정상은 이달 들어 친서를 주고받으며 대화 재개를 위한 길을 텄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보낸 친서가 '생일축하' 편지였다고 소개하며 "쌍방간에 매우 우호적인 친서였다"며 자신이 답신을 보낸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에 있다"고 강조하며 북한에 "경이로운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유화적 메시지를 거듭 발신했다.
특히 북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흥미로운 내용'이라고 표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견인할 모종의 '새 제안'을 했는지 등에 이목이 쏠린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2월 말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연말로 시한을 제시, '새 계산법'을 미국 측에 요구해온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기대 수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기존의 '빅딜'에서 한발 물러나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면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 1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싱크탱크 행사에서 '유연한 접근'을 언급한 것도 미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과 맞물려 주목되는 대목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당시 "북미 양측 모두 협상에 있어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협상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며 조속한 실무협상 재개를 촉구한 바 있다.
여기에 북미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가 북미협상 재개에 좋은 토대가 되길 바란다면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조만간 재개될지에 대해서도 북한의 반응을 토대로 '진정한 가능성'을 언급하며 긍정적 전망을 했다.
미국은 톱다운 담판에만 의존한 '하노이 노딜'을 반면교사 삼아 3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구체적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며 '선(先) 실무회담' 개최 입장을 보이며 북측에 만나자는 신호를 계속 보내왔다.
북측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전 미국 측의 실무회담 제안에 전격 화답, 판문점 등에서 비건 특별대표와 북측 카운터파트 간 접촉이 현실화한다면 본격적인 협상 재개로 이어지며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성사에도 한층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비건 특별대표가 27∼30일 방한한다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북측과 만나는지 등에 대해선 따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북미 간 실무접촉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이 경우 대화 재개 흐름이 급물살을 타면서 선순환을 통해 남북미 정상 간 만남 등으로 연결되는 길도 열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일부 외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시 북미 정상간 '깜짝 만남' 등 파격적 이벤트가 연출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발신할 메신저와 관련, 내용면에서 당장 기존의 빅딜론에서 물러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전제조건 없이 바로 실무협상에 들어가 지난해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모든 것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하자면서 그 문턱을 낮추되,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당장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비건 특별대표도 '유연성'을 강조하면서도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 없이는 '충분한 진전'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속도조절론'을 수차례 반복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플로리다 출정식을 통해 이미 재선 가도에 올라탄 상황에서 위험부담을 진 '모험'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북측의 '호응' 여부도 현재로선 안갯속이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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