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29일 담판 앞두고 공식협상 향한 접촉 재개
"추가관세 연기·보류 확률 80%"…화웨이 제재도 의제로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단이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접점 찾기에 착수했다.
외풍에 취약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추가관세 공방을 둘러싼 줄다리기인 만큼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4일(현지시간) 미국 무역협상단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중국 측 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전화통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달한 중요한 합의를 공고히 하려고 양국 협상단이 지난주 전화통화를 나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정지작업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29일 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달 무역협상이 결렬된 뒤 추가관세 부과와 협박, 기업들에 대한 제재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뤄진다.
이번 사전 협상과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통상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미국 고위관리도 "이번 정상회담은 교류를 유지하고 무역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어디인지를 확인할 기회"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상당히 흡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중국에 예고된 추가관세의 보류, 공식적인 무역협상의 재개를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최선의 결과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25% 추가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2천500억 달러 규모 제품에 대한 25% 관세에 더해 이 관세까지 부과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품 전체가 타격을 받는다.
USTR은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공청회, 다음달 2일까지 이의 서면접수 기간을 마치면 추가관세 부과를 집행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장전이 사실상 마무리된 추가관세를 시 주석과의 합의를 통해 철회하길 고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경제 기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제성장에 해악이라고 지목한다.
한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고 특히 중간재 수출 비중이 큰 까닭에 추가관세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6.8%,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수출 의존도는 10.0%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가운데 반도체·철강·화학제품 등 중간재 비중은 79.0%에 달한다.
이는 추가관세에 따른 중국 경기둔화나 수출감소로 한국의 수출업체들이 작지 않은 연쇄타격을 받는다는 점을 의미한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리서치업체인 에버코어 ISI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추가관세가 연기, 보류될 가능성을 80%로 봤다.
에버코어는 추가관세 부과가 30∼90일 연기되고 공식협상이 재개될 확률은 35%, 추가관세가 무기한 연기되고 공식협상이 재개될 확률은 45%, 판이 깨져 추가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20%로 추산했다.
미국과 중국은 작년 12월에도 정상담판에서 공식 무역협상 재개와 함께 추가관세 보류를 합의한 적이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따로 만나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 인상을 보류하는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추가관세 보류, 공식협상 재개와 함께 미국과 중국의 기술전쟁 한 가운데 놓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도 의제로 주목된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과 거래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entity list)에 화웨이와 그 글로벌 계열사 수십곳을 올렸다.
이는 미국의 핵심부품이나 첨단기술이 화웨이에 넘어가는 것을 전면봉쇄하겠다는 조치다.
제재의 명분은 미국의 대이란제재법 위반 정황이었으나 실질적 이유는 차세대 통신기술인 5G에 대한 화웨이의 굴기를 막으려는 데 있다는 관측이 많다.
미국은 제재 전에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중국 공산당 간 유착관계를 의심하며 자국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에서도 화웨이 통신장비의 퇴출을 압박해왔다.
미국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를 정상회담에서 협상카드로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해제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초당적으로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야당인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화웨이 같은 중국 통신기업들은 국가안보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슈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런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우리의 국가안보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중국에 분명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의원과 민주당 마크 워너 의원도 화웨이를 협상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내용의 서한을 이달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보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에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제재를 해제해준 적이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경계의 목소리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는 미국의 제재 규정을 어기고 북한과 이란에 통신 장비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ZTE를 지난해 4월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ZTE는 폐업위기에 몰렸다가 작년 7월 거액 벌금, 경영진 교체, 미국의 상시적 감시 등의 조건으로 제재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화웨이는 미래산업 전략에서 볼 때 ZTE보다 중국에서 훨씬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상회담에서 제재해제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무부는 화웨이는 무역협상 의제가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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