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당국 관계자 발언…"아직 성공한 사례 없어"
美 보안기업 "이란 해킹단체, 금융기관·정부조직 침투 시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중국·이란이 여론을 조작하는 선거개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미 행정부 내부에서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언론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주로 전통 매체(TV·신문 등)를 이용해 무역 문제 등의 특정 정책을 옹호해 왔지만, 러시아와 이란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등을 더 활발히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세 국가의 개입 시도를 막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개입'의 구체적인 예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들이 벌인 개입 시도 중 유형의 선거 기반시설에 침투하는 데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에도 러시아·중국·이란이 지난 2016년 대선과 지난해 중간선거에 개입하려 시도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에 나온 주장은 오는 27~29일 일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목전에 두고 제기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다.
또 이런 주장은 특히 미국이 이란과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와중에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은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해에서 최근 두 차례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했다.
이달 20일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미군 드론을 격추하는 사건도 일어났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공격을 승인했다가 돌연 철회하고 이란의 정보 단체에 사이버 공격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 고위 사령관 8명을 대테러 특별지정 제재대상(SDN)으로 지정하며 이란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했다.
이란도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수위를 올리는 등 대치는 격화하고 있다.
미 보안기업 파이어아이의 고위 연구원 벤저민 리드는 이란 해커들이 최근 몇 주간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드는 이란 정부가 후원하는 해킹단체인 'APT33'이 이달 수십 곳의 미 금융기관과 정부조직의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하기 위해 이들에게 일반 이메일로 위장, 랜섬웨어 등을 유포하는 '스피어피싱'(spear-phishing) 메일을 수차례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짚었다.
리드는 이 공격들이 성공했을 경우 컴퓨터에 담긴 정보가 삭제되고, 주요 기능이 장애를 입어 은행들의 운영 체계가 와해했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리드는 이번에 이란이 금융 부문에 벌인 사이버 공격은 이란이 2011년부터 2013년 초까지 50개 가까운 미 금융기관에 가했었던 공격보다 더 정교해졌다고 진단했다.
과거의 공격은 은행 서비스를 방해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 스피어피싱 공격이 성공했다면 해커들이 네트워크에 실제로 침투하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