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의심받은 무슬림, 집단 폭행 끝에 사망…"용의자 11명 체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혐오범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인도에서 무슬림이 힌두교도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또 집단 폭행당한 끝에 목숨을 잃었다고 NDTV 등 현지 매체가 2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인도 동부 자르칸드주에서 10여명의 무리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한 무슬림 타브레즈 안사리가 지난 22일 사망한 채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에 인도 경찰은 지난 24일까지 용의자 11명을 체포했고,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경찰 두 명에게는 정직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현재 도망친 다른 용의자도 추적 중이다.
안사리는 친구들과 함께 고향인 사라이켈라 카르사완으로 가던 중 공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들은 안사리가 오토바이를 훔쳤다고 주장하며 그를 기둥에 묶고 10시간 넘게 폭행을 이어갔다.
용의자들은 또 안사리에게 '람 만세', '하누만 만세' 등을 외치게 했다. 람과 하누만은 힌두교도들이 숭배하는 신으로 용의자들은 보수 힌두교도로 추정된다.
이 같은 장면은 영상으로 찍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져나갔고 용의자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와중에 현지 경찰은 안사리를 절도 혐의로 체포한 뒤 병원으로 후송하지도 않은 채 며칠간 방치했고 가족과의 접견도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사리의 아내 샤히스타 파르빈은 "남편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맞았다"고 비통해했다.
인도에서는 2014년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BJP)이 집권한 뒤 종교 관련 폭력이 급증하는 분위기다.
특히 무슬림 등 소수 집단은 인구의 80%를 차지한 힌두교도의 표적이 되는 모양새다.
NDTV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혐오범죄 관련 집단 폭행 사건은 297건으로 집계됐고 피해자의 59%는 무슬림이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암소를 신성시하는 보수 힌두교도들은 소 도축 등을 감시한다며 '암소 자경단'까지 결성, 각종 폭력을 일삼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5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적어도 44명 이상이 이 같은 암소 자경단의 폭력에 희생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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