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백악관, 정신적 장애" 맹비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 정부가 24일(현지시간) 이슬람공화국 체제의 정신적 상징이자 권력의 정점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대테러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데 대해 이란이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은 경제 제재로 이란을 최대로 압박해 협상장으로 끌어내려 하지만 이란은 이에 맞서 내부 결속을 더욱 다지는 분위기여서 양국의 협상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5일 국영방송을 통해 "최고지도자를 향한 미 행정부의 제재는 그들이 우리를 대적하다 좌절과 혼란에 빠졌다는 방증이다"라며 "백악관이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다"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전세계 무슬림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최고지도자를 제재한 미국은 어리석다"라며 "그들은 최고지도자의 막대한 재산을 봉쇄하겠다고 했지만 그가 가진 건 마스지드(모스크) 하나와 작은 집 한 채뿐이다"라고 반박했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4일 트위터에 "이란의 최고지도자에 대해 쓸모없는 제재를 가하는 것은 외교의 길을 영원히 폐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무모한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려고 확립된 국제적 절차를 파괴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드 타크트-라반치 유엔주재 이란 대사는 24일 기자들에게 "미국은 이란 국민에 대한 경제적 전쟁을 멈춰야 한다"라면서 "누군가 당신을 위협하고 협박한다면 그와는 대화를 시작할 수 없다. 아직 대화할 여건이 준비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란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의 조처에 비판적이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맹목적인 최대 압박은 문제를 푸는 해법이 아니다"라며 "이런 방식은 역효과를 낳고 중동의 불안을 악화한다는 게 증명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RIA통신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5일 "미국의 가혹한 조처는 상황이 몹시 나쁜 쪽으로 향한다는 신호를 준다"라며 "최근의 사건을 보면 2003년 미국의 이라크를 침공하기 직전이 떠오른다"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에 경제적인 제재를 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미국 재무장관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관료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함께 최고지도자실에 물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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