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문화가 돼버린 악플과 대면하다…'악플의 밤'

입력 2019-06-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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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문화가 돼버린 악플과 대면하다…'악플의 밤'
설리 노브라 이슈로 초기 화제 장악…"심화 토크로 발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고(故) 유니부터 최진실까지 적지 않은 스타가 악성댓글(이하 악플) 범람 속에 세상을 등졌어도 악플은 줄지 않았다.
악플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돼버린 시대, JTBC2 토크쇼 '악플의 밤'은 스타들이 악플과 아예 대면하고 정면돌파하게 한다. 피하기보다 직면하고 담담하게 대응하면서 자정 작용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일거수일투족, 말투와 눈빛 그 무엇 하나 책이라도 잡히면 악플을 피할 수 없는 세상에 악플 하면 떠오르는 스타는 단연 가수 겸 배우 설리이다. SNS에 다소 낯설거나 논란의 여지를 주는 사진을 올리며 늘 화제몰이 선두에 선 그다.
그런 설리가 '악플의 밤'으로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악플과 대면했다. '눈물이 나면 그냥 울자'고 생각하고 왔다던 그는 악플을 조곤조곤 읽어내려가면서 그저 담담했다.
크게 히트한 출연작이 없는 그에게 "인스타그램이 대표작"이라고 조롱한 글에는 시원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눈빛을 보면 마약을 하는 것 같다는 수위 높은 악플에는 "범법행위는 저지르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가 불러일으킨 가장 큰 논란 중 하나인 '노브라'(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하는 행위) 이슈에 대해서는 "브래지어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액세서리일 뿐"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물론 이에 대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설리가 솔직한 의견을 밝힌 후에는 무조건 비난하기보다 해당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댓글로 논쟁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분위기도 감지된다.


JTBC 서브 채널 격인 JTBC2 프로그램임에도 설리로 초반 제대로 화제성을 견인한 '악플의 밤'은 살펴보면 더 깊이 있는 토크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스튜디오 예능 진행자로서는 국내에 견줄 자가 없는 신동엽이 무게 중심을 잡고, 친근한 이미지의 김종민과 김숙이 날카로워질 수도 있는 주제를 두고 완급을 조절하며 아슬아슬하고도 미묘한 줄타기를 한다.
그중에서도 신동엽은 '편안한 진행'에만 안주하지 않고 없을 것 같은 자신에 대한 악플을 찾아내 읽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편한 예능만 하는 늙은 여우"라는 댓글 앞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신동엽 외에 김숙, 김종민도 악플과는 거리가 먼 스타로 보이지만, 그나마 있는 악플을 찾아내 '무논리'에 시원하게 응수하는 모습이 통쾌함을 안긴다.
악플은 단순히 스타에 대한 관심이나 욕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혐오 이슈 등 더 포괄적인 현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악플의 밤'이 단순한 가십성 프로그램을 넘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는 심도 있는 토크쇼로 확장할 것으로 기대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화제성과 확장 가능성을 모두 보여준 '악플의 밤' 1회 시청률은 0.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JTBC2 신기록을 썼다. 전주 동시간대 시청률이 0.02% 수준임을 고려하면 고무될 만한 성적이다.
'악플의 밤' 관계자는 29일 "이제는 악플이 스타들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문화가 됐다"라며 "악플러들도 자신의 댓글에 대해 화를 누르고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스타들도 악플에 당당히 마주하면서 변화하는 문화에 대해 스스로 대응 능력을 키워가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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