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스즈키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약 10년 전 어느 날, 뇌과학자인 웬디 스즈키 뉴욕대 교수가 쫄쫄이 운동복을 입고 강의실에 들어섰다.
'운동이 뇌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강의 첫날이었다. 실제 학생들이 운동하면서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도록 기획한 강의였다.
학생들은 쫄쫄이 운동복을 입은 교수를 보고 당황스러워했고, 교수도 초조했다.
교수는 "이제 나는 강하다!", "나는 성공할 거라고 믿는다!"를 외치며 킥복싱, 댄스, 요가, 무술 동작을 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학생 몇몇이 어이없다는 듯 키득거렸으나 점차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그렇게 한 학기 동안 매주 긍정적인 의도나 확언을 접목한 '의식적인 운동'을 한 결과 학생들 두뇌 반응 시간이 향상됐음이 확인됐다.
기억 부호화 과제에서 운동하지 않은 다른 신경과학 수업 학생들보다 정답에 대한 반응 속도가 훨씬 빨랐다.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는 운동이 뇌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고 더 행복한 삶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웬디 스즈키 교수가 자신의 체험과 각종 연구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저명한 신경과학자인 스즈키 교수는 탁월한 40세 이하 과학자에게 수여되는 트롤랜드 연구상 등을 받고 뉴욕대 종신 교수로 임명되는 등 여성 과학자들의 롤모델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실험실을 벗어나서는 행복하지 못했다. 오로지 연구에만 매달린 탓에 사회생활과 연애를 멀리했고, 외모도 관리하지 못해 과체중의 중년 여성이 됐다.
에너지가 방전된 '번아웃' 상태에서 그는 건강과 행복을 찾아 운동을 시작했다.
좋은 몸매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체육관에 나가면서 영감을 받았다. 에너지와 자신감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운동이 주의력과 집중력 향상에도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됐다.
뇌가소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저자가 직접 운동과 뇌가소성 관계를 증명한 셈이다.
뇌가소성이란 인간의 뇌는 고정돼 있지 않고 지식이나 경험이 쌓이면서 변화한다는 것이다.
스즈키 교수는 그동안 연구실에서 뇌 일부만 사용했으나 뇌 전체를 균형 있게 사용해야 하고, 나아가 뇌와 몸을 연결해야 함을 깨달았다.
책에서 그는 신체 활동이 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킴을 설명하고 과학적 연구로 뒷받침한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기분 조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분비량이 증가한다.
최근 독일 한 연구팀은 달리기가 인간의 뇌에서 엔도르핀 시스템을 활성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저자는 긍정적인 자기 확언이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증거도 확실하다며 운동에 자기 확언을 추가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동기부여가 돼 더 높은 강도로 운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운동하는 뇌의 잠재력을 주제로 한 웬디 스즈키 교수의 테드(TED) 강연은 조회 수 650만 회를 넘었다.
북라이프. 조은아 옮김. 352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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