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년 지분재매입용 자금 마련 방안 면밀히 계획
검찰 수사 가시화하자 지분재매입TF 임직원 컴퓨터 전면 교체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박초롱 기자 =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지분 재매입과 자금 마련 방안을 꼼꼼히 세워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근거 중 하나로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우려'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런 근거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미국 합작회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미리 정해진 가격에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갑자기 대두하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다며 분식회계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비하는 등 지배력을 잃는 상황을 급작스러운 변수로 고려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6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이모(56)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의 공소 사실을 보면, 삼성그룹의 핵심 '재무통'인 이 부사장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도록 한 뒤 에피스 지분을 되사올 때 필요한 자금 마련 방안을 검토·자문했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과 합작으로 에피스를 설립하면서 콜옵션을 행사해 에피스 주식을 49.9%까지 취득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삼성은 이미 2014년 말부터 삼성전자 내에 '지분재매입TF'를 만들어 콜옵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일명 '오로라 프로젝트'로 불린 이 계획은 삼성전자 안모(56) 사업지원TF 부사장이 총괄했다.
지분 재매입 계획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2014년 11월 고한승 에피스 대표가 이 부회장에게 지분 재매입 계획을 보고한 내용을 담은 내부 문건과 2015년 6월 이 부회장이 바이오젠 부회장과 통화하며 지분 재매입 계획을 논의한 내용을 담은 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후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 수정 협상이 결렬되고, 에피스가 나스닥 상장 계획을 포기하면서 콜옵션 행사로 지배력을 상실할만한 요인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는 2016년 4월 공시한 2015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회계처리 기준을 바꿨고,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 가치는 2천900억원에서 4조8천억원으로 상승했다.
분식회계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가시화하자 삼성은 지분재매입TF 활동 중단부터 결정했다.
지난해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에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행정 제재, 검찰 고발 등 예정 조치 내용을 알리자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급 임원들은 나흘 뒤인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회계 관련 자료 인멸과 지분재매입TF 활동 중단이 결정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안 부사장은 삼성바이오 측에 "바이오젠 지분 재매입과 관련된 자료도 잘 정리하라"는 지시를 따로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삼성은 작년 5월 중순께 수원시 삼성전자 R4건물 38층 회의실에서 지분재매입TF 임직원들이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관련 자료 일체를 폐기했다. 삼성바이오와 에피스 임직원의 노트북·휴대전화에선 '지분', '재매입', '오로라' 'TF' 등이 포함된 자료를 검색해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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