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g 초미숙아 '횡격막 탈장증' 극복하고 건강하게 퇴원

입력 2019-06-26 10:53   수정 2019-06-26 11:24

900g 초미숙아 '횡격막 탈장증' 극복하고 건강하게 퇴원
서울아산병원, 임신 27주째 출산…76일간 신생아 집중치료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임신 27주째에 몸무게 900g으로 태어난 초미숙아(초극소저체중미숙아)가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부모 폼으로 돌아갔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김애란·이병섭·정의석 교수)은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갖고 27주 5일 만에 태어난 전호삼(3개월) 아기가 76일간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마치고 최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26일 밝혔다.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은 구멍 난 횡격막 사이로 배 속 장기가 올라가 심장과 폐를 압박하는 중증 질환이다. 신생아 2천∼3천명당 1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소아외과학회지 보고에 따르면 현재까지 왼쪽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갖고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 중 가장 작은 아이의 체중은 960g으로 호삼이는 그보다 60g이 적다.
호삼이 어머니는 임신 7개월 때 임신중독증으로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후 지난 4월 응급 제왕절개로 출산을 했다. 호삼이는 출생 직후 숨을 쉬지 않고 심장도 뛰지 않아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소생 후 시행한 검사에서 산전 초음파에서는 발견하지 않은 왼쪽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이 확인됐고 집중치료를 위해 곧바로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앓는 신생아는 심한 호흡부전으로 인해 인공호흡기와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요법) 치료와 구멍 난 횡격막 사이를 통해 올라간 소화기 장기를 배 속으로 내리고 구멍을 막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숙아는 혈관이 너무 얇아 주삿바늘(카테터)을 넣을 수 없어 에크모 치료조차 불가능해 생존확률이 희박하다. 이 때문에 미숙아 집중치료에서도 가장 고난도 치료 중 하나로 손꼽힌다.
호삼이도 에크모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소화기 장기들이 모두 가슴 안으로 들어가 있어 모유 수유가 어려웠다. 정맥관을 통해 영양제를 투여했지만, 간에 부담이 커지면서 장폐색까지 발생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출생 40일째 체중 1.53㎏이 됐고, 구멍 난 횡격막을 막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이후 인공호흡기를 빼고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했고, 입으로 모유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면서 체중이 2.4㎏이 됐다.
호삼이는 지난 25일 보통 신생아들처럼 부모와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호삼이의 어머니 정향선(38)씨는 "생사를 오가는 아이를 보고 너무 절망했다"며 "아이가 건강을 되찾아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행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호삼이의 주치의인 정의석 교수는 "처음에는 생존확률이 희박한 상황이라 많이 당황했다"며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오랜 치료와 전문성을 갖춘 의사와 간호사들이 힘을 합쳐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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