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외압' 주장에 청와대는 "KBS가 가해자" 반박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송은경 기자 = 청와대가 '허위사실'이라며 정정보도를 요구한 KBS 1TV 시사교양 '시사기획 창 - 복마전 태양광 사업' 재방송이 취소되자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이 성명을 내며 '외압'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청와대는 "보도가 허위이기 때문에 사과방송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형국"이라고 재반박하며 대립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지난 24일 KBS 내부 전산망에 올린 성명을 통해 "지난 18일 방송된 '복마전 태양광 사업' 편이 허위보도라는 청와대의 주장을 (KBS가) 인정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22일 방송 예정이던 해당 프로그램 재방송이 명백한 사유 없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청와대가 허위보도라고 반발하기만 하면 재방송도 결방시키는 것이 KBS가 추구하는 언론관인지 묻고 싶다"며 "편성본부장은 재방송 불방을 결정한 경위를 밝히고, 그 과정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엄중히 문책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또 이들은 청와대가 정정보도를 요구한 지난 21일 즉각 반박 입장문을 작성했지만, 보도본부 수뇌부가 그 발표를 막았다고도 주장했다. 청와대를 향해서는 "방송 전에 사실관계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쳤고, 심지어 청와대에도 수차례 입장 표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6일 "KBS가 가해자"라며 다시 비판하고 나섰다.
윤 수석은 "제작진은 방송 전 청와대에 사실관계 확인 등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KBS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제작진이) 청와대에 수차례 입장표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는데, 도대체 누구에게 요청했나"라고 반문했다.
윤 수석은 "(제작진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게 (방영 전인) 11일과 16일 두 차례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지만, 당시 고 대변인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 중이었다"며 "춘추관장에게 수차례 문의했다지만, 춘추관장도 전화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한다. 공문도 온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 수석은 청와대가 '시사기획 창' 보도와 관련해 KBS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조선일보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보도에 개입한 적이 없다. 허위사실을 근거로 기사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일보 기사에 보면 '방송 당일 윤 수석이 KBS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라는 대목이 있다"며 "그러나 저희는 당일에는 방송이 나가는 줄도 몰랐다. 다음날인 19일 정상적 절차를 거쳐 정정보도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S 1TV '시사기획 창'은 지난 18일 방송에서 정부가 장려하는 태양광 사업의 문제점을 짚으며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발언을 보도했다.
방송에서 최 전 사장은 "대통령이 (저수지 면적의) 60% (태양광을 설치)한 데를 보고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저수지 수면의 몇 퍼센트를 패널로 덮을지를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당초 환경을 고려한 면적은 10% 이하였으나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전언에 어이없는 결정이 내려졌다"며 최 전 사장과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에 지난 21일 윤 수석은 "KBS가 아무 확인 절차도 없이 허위사실에 근거해 청와대가 태양광 사업 복마전의 배후인 것처럼 묘사했다"며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을 요구했다.
한편 이번 공방과 관련, 홍사훈 KBS 시사제작국장은 26일 "전날 열린 보도위원회 등을 통해 입장을 내부적으로 조율하고 있고 조만간 (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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