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위 "조계종, 노조 인정여부 떠나 단체교섭 응해야" 명령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부당 노동행위를 했다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가 결론을 내리면서 한국 불교 대표 종단을 표방해온 조계종의 위신에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26일 조계종 노조 등에 따르면 그간 조계종 총무원에서 일하는 일부 고위 승려는 노조를 두고 "보시(布施)로 먹고사는 곳에서 무슨 노조냐"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식의 주장을 줄기차게 편 게 사실이다.
신도들이 내는 시주금에 의존해 운영하는 비영리 종교단체에서 종무원(종단 직원)들이 노조라는 이익집단을 만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를 만든 종무원들이 종단에서 임금을 받는 근로자라는 점에서 종무원의 근로자성이나 이들이 법에 따라 만든 노조 실체를 부인하기는 힘들다.
조계종과 조계종 노조가 노사 관계로 묶인 이상 조계종이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 것도 현행법상 조계종이 사용자로서 지켜야 할 의무에 해당한다.
이런 점은 지노위 판정서를 통해서도 명확히 확인한다.
지노위는 지난달 20일 낸 조계종 노조 구제신청 판정서에서 조계종을 사용자로 규정하며 "조계종이 노조의 정당한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정당한 이유 없는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 노동행위"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조계종은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라"고 명령했다.
조계종 노조는 2018년 9월 20일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의 하위 지부 형태로 설립하고서 조계종 총무원에 3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은 그때마다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고 노조 요구에 불응했다. 법에 근거한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노조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낸 뒤에야 지노위에 단체교섭에 나서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지만, 지노위에서는 대부분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지노위는 단체교섭권 등 노동 삼권은 당연히 보장되는 기본적인 권리로 "노조가 사용자에게 교섭요구를 할 경우에는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사용자의 노조에 대한 인정 여부, 정당화될 수 없는 내부 사정이나 근로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사용자의 개별적 의지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노위는 "사용자는 단 한 번도 교섭에 응하지 않은 사유에 관해 노조에 설명하거나 양해를 구한 사실이 없이 일절 응답을 하지 않았다"며 조계종이 부당 노동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노조가 사내게시판 역할을 하는 '지대종'에 노조 명의로 올린 글을 종단에서 임의로 삭제해 부당 노동행위라는 주장은 지노위에서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지노위는 "사용자의 승낙 없이 사내 전산망을 이용한 조합 활동을 폭넓게 허용하기는 곤란하다"는 등의 이유로 노조 주장을 기각했다.
edd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