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정치권, '당근' 내세워 중재 나설 경우 극적 합의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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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 전국우정노동조합이 인력 증원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다음 달 9일 파업을 예고하면서 우편대란이 현실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파업 찬반 투표 결과 93%의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한 우정노조는 쟁의조정 시한인 26일까지 우정사업본부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7월 9일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우정노조가 파업할 경우 사상 초유의 우편물·택배 대란이 예상된다. 우정 노동자들의 파업은 1958년 우정노조가 출범한 후 61년 만에 처음이며, 135년 우정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우정노조는 공무원 2만여명과 비공무원 7천여명으로 구성된 우정사업본부 내 최대 노조다. 교섭대표 노조 권한을 갖고 있고,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노동운동이 허용되는 유일한 공무원 노조다.
우정사업본부는 공무원이면서 정부 예산을 받지 않고 이익잉여금을 오히려 정부 재정으로 내놓는 유일한 조직이기도 하다.
◇ 집배원들 잇단 과로사, 총파업 선언 결정적 계기
우정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한 결정적인 계기는 집배원들의 잇따른 과로사다.
우정노조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과로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집배원이 모두 9명에 이른다.
기수철 우정노조 조사국장은 "지난 19일 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사망 원인이 뇌출혈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지난해 집배원 25명이 사망한 데 이어 올해 9명이 과로로 숨지는 등 건강권이 심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노조는 이런 사태의 구조적인 원인으로 '겸배'(兼配)를 꼽는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집배 예비 인력이 없다 보니 집배원 1명이 연차를 사용하면 다른 집배원이 10∼20% 정도의 초과 물량을 떠안게 된다"며 "동료들에게 업무부담을 줄까 봐 연차를 사용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집배원들의 근로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는 것이 우정노조의 주장이다.
지난해 우본 노사와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해 구성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우리나라 집배원들의 노동시간은 2천745시간으로 나타났다. 국내 임금노동자 평균인 2천52시간보다 693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천763시간에 비해서도 982시간 각각 많다.
특히 배달물량이 집중되는 명절 설과 추석을 앞둔 시기의 노동시간은 주당 68∼70시간에 이른다는 것이 기획추진단의 설명이다.
최근 10년간 사망한 집배원 166명의 건강역학 조사와 직무스트레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배원들은 심혈관계질환, 사고, 호흡기질환, 소화기질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행이 오히려 집배원들의 업무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이 우정노조의 주장이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킬 수밖에 없다 보니 일과시간 내 업무를 끝내기 위해 노동강도는 세졌지만, 연장 근로수당 등은 줄면서 임금이 깎이는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우정노조는 해결방안으로 ▲ 집배원 증원 ▲ 주 52시간제에 따른 임금 보전 ▲ 토요일 휴무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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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사업본부 "예산 부족·국회 심의 사안이어서 수용 불가"
하지만 우본은 예산 부족과 국회 심의 사안이이라는 이유로 우정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본은 재정을 확충하고 집배원 1천명을 추가 채용하는 방안을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흐지부지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본부' 단위인 조직을 과기정통부 산하 '우정청'으로 승격시켜 달라는 입법안도 2017년 국회에 상정됐지만 답보상태다.
우본 관계자는 "우편 물량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지난 3년간 집배원 1천700여명을 채용했다"며 "특히 지난해에는 1천112명을 증원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도 집배원 인력 증원과 관련해 현재 행정안전부의 조직진단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조직진단 결과를 고려해 필요한 부분을 정부 예산안 등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증원계획이 없다는 이야기다.
우본은 또 국가공무원법(공무원 기준)과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비공무원)을 고려해 편성한 예산으로 급여와 각종 수당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임금이나 수당을 올려주기는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토요일 휴무도 '서민 생활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며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우정노조의 전면 총파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파업에는 전체 노조원 중 필수유지 업무에 필요한 인력 1만4천여명을 제외한 대다수가 참여할 전망이다.
필수공익사업장인 우체국은 파업에 들어가도 필수 근무인원을 둬야 한다.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은 "파업 참여 인원은 전체 조합원의 45%인 1만3천72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총파업 돌입 시에는 필수유지 인력도 잔업 물량에 상관없이 정시 퇴근을 하는 만큼 우편·등기배달, 택배 배송 지연 등 업무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에는 집배원뿐만 아니라 우편물을 분류, 배분하는 집중국 근무자들도 참가할 예정이어서 파업의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택배시장에서 우체국 택배의 비중은 약 9% 수준이다.
그렇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우정본부의 예산 증액을 약속하는 등 '당근'을 내세워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우본과 우정노조가 극적인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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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임금교섭 관련 우정사업본부 노사 간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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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노조 요구 사항 │우본 입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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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평가상여금 지급률과 지급시기를 │·관서상여금 지급율은 예산편성, 경│
│임금협약에 명시 │영상황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
│ - 명시 내용: 평균지급율140%, 지급시기│지급율을 고정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
│:3월말│부적절함 │
│ │ │
├───────────────────┼─────────────────┤
│·집배원 집배보로금 인상 │·현재 집배?발착 보로금 예산도 8월│
│·우편물 구분 요원 발착보로금 인상│말 소진 예정으로 보로금 인상은 불 │
│·집배원 등 상시출장여비 인상 │가능함│
│ │·올해 국회에서 편성된 예산 범위 │
│ │내에서 상시출장여비를 지급하고 있 │
│ │으며, 추가 인상은 국회를 심의를 거│
│ │쳐야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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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과 초소형전기차 운전자에 대해서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 │
│도 위험근무수당 지급 │라 이륜차 운전자에게 위험근무수당 │
│ - 공무원수당규정 개정 관계없이 우본 │을 지급하고 있으며, 초소형전기차의│
│자체 규정을 통해 지급 │ 특성을 고려하여 공무원수당 규정 │
│ │개정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음 │
│ │ * 배달차량 운전자는 수용 곤란│
├───────────────────┼─────────────────┤
│·별정우체국 직원에게 우정직공무원과 │·우정직공무원과 동일한 업무를 수 │
│동일하게 업무대행수당, 대우수당, 특수 │행하는 별정우체국 직원의 처우개선 │
│지근무수당 지급 │필요성은 공감하며, 관련 규정 개정 │
│ │? 예산 반영 가능 여부를 관계부처와│
│ │ 협의하겠음 │
│ │ * 2020년 예산편성을 위한 노력은 │
│ │가능하나, 기 편성된 2019년 임금협 │
│ │약에 명시하는 것은 곤란함 │
├───────────────────┼─────────────────┤
│·이륜차를 운전하는 비공무원에 지급하 │·수용│
│고 있는 운전수당을 초소형전기차 운전자│ │
│에게도 지급 │ │
├───────────────────┼─────────────────┤
│·비공무원에게도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 │·2020년 예산배정을 위한 노력은 가│
│의 가족수당(인상) 및 자녀학비보조수당(│능하나, 2019년 예산은 이미 국회를 │
│신설) 지급│거쳐 편성되어 있어 2019년 임금협약│
│ <가족수당> │에 명시하는 것은 곤란함 │
│ * 공무원에게는 직계존비속, 둘째자녀 │ * 현재 편성된 예산으로는 지급 불│
│6만원, 셋째자녀 10만원 지급 중│가│
│ * 비공무원에게는 직계비속, 둘째자녀 │ │
│4만원, 셋째자녀 8만원 지급 중 │ │
│ <자녀학비보조수당> │ │
│ * 공무원에게는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 │
│경우 분기 1회 지급│ │
│ * 비공무원중 상시계약집배원에게만 지│ │
│급│ │
├───────────────────┤ │
│·비공무원 중 우정실무원 ? 특수지집배 │ │
│원의 근속수당 인상│ │
│ - 현재 상한인 15년 ? 15만원(근속 1년 │ │
│마다 1만원 추가 지급)을 상한20년 ? 최 │ │
│대 30만원으로 인상│ │
├───────────────────┤ │
│·비공무원 중 우정실무원 ? 특수지집배 │ │
│원의 설?명절 명절 보로금 각 60만원으로│ │
│ 인상 │ │
│ * 현재 각 20만원 지급 중 │ │
├───────────────────┤ │
│·대중교통 불가능 시간 출퇴근자에 대하│ │
│여 교통편의 제공 또는 월10만원 교통비 │ │
│신설 지급 │ │
├───────────────────┼─────────────────┤
│·식당 조리업무 공무원에게 지급하고 있│·수용│
│는 위험근무수당을 비공무원에게도 지급(│ │
│월 5만원) │ │
└───────────────────┴─────────────────┘
[자료 제공 = 우정사업본부]
chunj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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