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고의무 회피…죄질 가볍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부친이 해외에 남겨둔 수백억 원 규모의 스위스 예금 채권을 상속받고도 세무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형제들이 벌금 20억원씩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김유정 판사는 26일 국제조세조정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에게 각각 20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선친 사망 이후 5년간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데, (선친의 스위스 예금 채권) 계좌를 인식하고도 회피한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고, 금액도 상당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김 판사는 "피고인들이 자신의 행위를 모두 인정하고, 예금 관련 세금을 이미 납부했거나 납부할 예정으로 보인다"며 "조남호 피고인은 벌금형 외에 다른 범죄전력이 없고, 조정호 피고인은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법원 선고 이후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법원 밖으로 빠르게 빠져나갔다.
법원은 지난 4월 별세한 조양호 회장에 대해서는 지난달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조양호·남호·정호 형제는 선친인 한진그룹 창업자 고 조중훈 회장이 2002년 사망하면서 총 450억원에 이르는 스위스 예금 채권을 상속받았으나 이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부친 사후 상속을 두고 서로 소송전을 벌이는 '형제의 난'을 겪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들 형제에 대해 각 벌금 20억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고, 법원은 정식재판이 필요하다며 사건을 통상 재판에 회부했다.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두 형제는 자신들의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벌금 20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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