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을 클럽으로 만든 무용가 안은미 "춤은 생명수"

입력 2019-06-26 19:43  

미술관을 클럽으로 만든 무용가 안은미 "춤은 생명수"
서울시립미술관서 데뷔 31년 만에 첫 개인전 '안은미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전시장에 들어오면 모두 춤추게 만들었습니다. 할 수 없이 춤추게 됩니다. 춤은 생명수예요. 추상적 동작으로는 소통하지 못할 듯하지만, 오묘하게 소통합니다. 자기를 잃게 되니까요."
현대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안은미(56)가 데뷔 31년 만에 처음으로 미술관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개인전을 연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에서 26일 개막해 석 달 남짓 이어지는 '안은미래'(Known Future)다.
이날 밝은 연두색과 보라색 줄무늬 원피스에 금빛 왕관을 착용하고 간담회에 등장한 안은미는 '작가'라는 명칭에 어색해하기도 했지만, 무용 인생을 회고하는 자리로는 공연보다 전시가 낫다는 확신이 있는 듯했다.
그는 "무용가라면 기념이 되는 해에 보통 레퍼토리 공연을 하지만, 나는 그게 싫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극장에서 3개월간 공연하면 힘들어서 바로 죽지만, 전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1986년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안은미는 1988년 2월 '종이계단'을 발표하면서 독립 예술가로 첫발을 내디뎠고, 그해에 안은미컴퍼니를 창단했다. 대구시립무용단장 시절 외에는 조직에 몸담지 않고 무용단을 운영하며 다채로운 춤을 무대에 올렸다.
안은미는 "이제는 미술관과 극장 사이에 경계를 없어지고 있다"며 "관객이 전시에 참여하는 유익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 세대 넘는 기간에 춤에 몰두한 안은미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또 춤이 지닌 효용성에 대한 신념도 확고했다.
그는 "어릴 때 함께 논 이불 같은 작가가 노년이 되고 있지만, 나는 절대 죽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세계가 점점 침울해지고 있는데, 신명 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춤은 노동과는 동작이 반대"라면서 "전시가 열리는 동안 서울시립미술관은 안은미 클럽이 된다. 누구나 몸을 흔들어도 된다. 미친 사람이 돼도 된다. 오장육부는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시는 회화, 설치, 영상, 사운드 작품 19점에 퍼포먼스를 펼치는 무대를 포함해 모두 20점으로 꾸몄다.
전시 정보와 '커밍'(COMING) 글자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을 지나치면 안은미가 사용한 수많은 공연 의상이 보인다.
바닥에는 하얀 한복을 입고 커다란 왕관을 쓴 안은미 사진을 넣은 투명한 공들을 깔았고, 벽면에는 안은미 활동 이력을 연대기 형식으로 그린 그림이 있다.
전시실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과거 공연에서 쓴 오브제를 활용한 설치 작품, 안은미의 협업자 장영규가 제작한 사운드, 안은미가 직접 그린 의상 디자인, 커다란 무대가 있다.
무대는 각종 퍼포먼스와 강연이 펼쳐지는 장소다. 미술관이 '안은미야'라고 명명한 프로그램은 안은미와 무용가들이 관람객에게 춤을 가르쳐주는 '몸춤', 공연 리허설을 선보이는 '눈춤', 강연인 '입춤'으로 구성된다.
전시 기획자인 전소록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전시장 자체가 무대가 되고, 관객 몸짓이 모두 작품이 된다"며 "관객 참여 활동이 현대예술이 되는 실험을 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미술관이 작품 중심이 아니라 관객 중심이 되고 있다"며 "'안은미래'에서 상상도 하지 못한 콘텐츠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9일까지.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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