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미중담판 이어 방한…북미대화 재개·한반도 정세 중대 분수령
反화웨이 동참·방위비 인상 요구 등 '청구서' 내밀까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일본과 한국 방문길에 오른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참석 및 이를 계기로 한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가주석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소화한 뒤 방한,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일정이다. 방한 기간에는 남북 접경지인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계획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여정은 '하노이 노딜' 이후 굳게 닫힌 대화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한 모색이 한창인 가운데 이뤄지는 것으로,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릴레이 정상 외교전 등을 통해 내놓을 북핵 해법 보따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타전할 메시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친서에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가능성을 내비치며 '톱다운 담판'의 길을 열어둠으로써 이번 일정이 북미 정상 간 3차 회담으로 가는 길을 닦으며 남북미 등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의 모멘텀이 될지 주목된다.
그 연장 선상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앞서 이날 서울로 향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기간 3차 북미 정상회담의 발판이 될 실무협상 재개라는 '결실'을 거둘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몸을 싣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각으로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이 계기에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가주석을 비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최소 8개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갖는다.
시 주석과의 회담은 G20 둘째 날인 29일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기간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시 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이다. 수개월간 '치킨 게임' 양상을 보여온 미중 무역 전쟁의 향배를 가를 중대 담판 성격에 더해 지난 20∼21일 방북한 시 주석의 입을 통해 전해질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를 토대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간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북한 카드'를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지도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에는 한국으로 이동,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그는 이날 오후 워싱턴DC로 출발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약 19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재계 지도자들과 만남으로 일정을 시작하며 문 대통령과 여러 양자 일정을 가질 것이라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24일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11일 워싱턴DC에서 마주했던 한미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간에 얽힌 실타래를 풀고 비핵화 협상을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을 방안에 대해 다시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 DMZ 방문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한미 공조를 통해 북미 대화를 본궤도에 올리기 위한 묘책을 도출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북미 정상간 친서 교환 사실이 양측을 통해 공개되는 등 '친서 외교'를 통한 톱다운 돌파구 찾기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과시하며 '올리브 가지'(화해의 몸짓)를 건네고 있다.
그는 전날에는 친서에 북미 정상간 추가 만남에 대한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마도 있었을 수 있다(maybe there was)"고 그 가능성을 시사하며 "그러나 여러분 알다시피 어느 시점에(at some point) 우리는 그것을 할 것(회담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도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북미) 양국 간에는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이미 많은 진전을 이루었고 꾸준히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북미협상의 재개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가게 될 것이다. 이제 그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이 이러한 정세 전환의 기운을 살려 북미대화 재개라는 중대한 모멘텀을 만들어낸다면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며 한동안 멈춰서는 듯했던 한반도 비핵화 시계도 다시 급박히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찾게 될 경우 판문점 너머 '목전'에 있는 김 위원장을 향해 어떠한 메시지를 타전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찾아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와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이른바 'DMZ 선언'을 한다면 이는 하나의 큰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다. '분단의 상징'인 남북 접경지에서 70년 적대 청산 및 새로운 관계 구축의 의지를 재확인하며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물줄기를 트는 중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첫 방한 때에도 문 대통령과 함께 DMZ를 헬기로 동반 방문하려다 기상 문제로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다만 미국측은 그동안 추가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가시적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며 '선(先) 실무협상 재개'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실무협상의 재개 및 그 진전 추이가 3차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여부를 가를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27일 서울에 먼저 도착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기간 판문점 등에서 북미 간 실무접촉이 전격 이뤄질지 주목된다. 북측의 호응 여부가 관건이다.
이번에 실무접촉이 성사된다면 본격적인 대화 재개로 이어지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도 청사진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 검토와 맞물려 북미 정상 간 깜짝 만남이라는 '파격 이벤트'의 연출 가능성도 일각에서 고개를 들었으나 일단 미국 측은 관련 질문에 "언급한 만남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 기간 안보와 경제·통상 등 다른 의제에 대한 청구서도 내밀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인사들과 만남 등이 예정된 가운데 반(反)화웨이 및 반(反) 이란전선 동참 요청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측이 지난달 그 결정을 6개월간 유예한 자동차 관세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도 다시 이뤄질 수 있다. 조이 야마모토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지난 24일 방위비 분담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이 끝나는대로 차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대한 협상을 한국과 시작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우리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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