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중동평화워크숍,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불참 '반쪽 행사'
"'방안의 코끼리'는 이스라엘 정착촌"…쿠슈너 "준비되면 해법 공개"
'이스라엘 거부' 2국가 해법 수용할지 불투명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팔레스타인의 낙후한 경제를 개발하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놨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기의 거래'라고 칭송했던 그의 계획이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지만 '빈 수레가 요란했던' 모양새가 된 셈이다.
그는 25∼26일(현지시간)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중동평화 워크숍에서 팔레스타인에 앞으로 10년간 500억 달러(약 58조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중동의 난제 중 하나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70년에 걸친 정치·종교적 분쟁을 해소할 방안에는 침묵했다.
쿠슈너 보좌관은 26일 기자들에게 "팔레스타인 계획의 정치 분야는 우리 팀이 준비되면 곧 발표하겠다"라며 "그때 가면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은 양측(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이 동의할 준비가 되면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그들이 아직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라고 인정했다.
로이터통신은 "팔레스타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웠던 이번 쿠슈너 보좌관의 계획에 비난을 퍼부었다"라며 "무역과 투자 진흥이 골자인 이 계획이 국가 수립이라는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염원을 무시했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의 우방인) 걸프 지역 국가도 이 계획의 설계자인 미국이 주도한 이번 워크숍에 참석했으나 미온적인 지지를 보냈다"라고 평가하면서 "이들은 2국가 해법에 기반을 둔 평화 정착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라고 보도했다.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않아 미국에 우호적인 일부 중동 국가만 얼굴을 비친 '반쪽 행사'가 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우디 국영 일간 아랍뉴스는 26일 "쿠슈너 보좌관의 계획이 '조심스러운 열광'을 받았다"라며 팔레스타인에 돈을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미국 투자사 블랙스톤그룹의 스테판 슈워츠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 계획은 상황이 정확히 맞아야 실행될 수 있다"라며 "우리 모두 꿈을 꿔야 하고, 그 꿈은 아주 실용적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정부 소유의 부동산 개발사 에마르의 무함마드 알라바르 회장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우리 가슴속에 있고 나는 그들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라며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 계획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간부인 하난 아슈라위도 26일 라말라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상당히 표리부동한 행사다"라며 "'방 안의 코끼리'(누구나 알지만 외면하려는 문제)는 이스라엘의 정착촌이다"라고 지적했다.
회의를 주최한 바레인 외무부의 셰이크 칼리드 빈 아흐메드 알칼리파 장관도 "쿠슈너 보좌관의 계획은 2년간 마련된 것으로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면서도 "2국가 해법은 수십년간 모든 평화안에 포함됐는데 그의 팀은 일관되게 이를 거부했다"라고 우려했다.
아랍 이슬람권을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알자단 재무부 장관은 "중동을 번영케 하는 모든 계획을 지지한다"면서도 "그러나 민간이 이를 주도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2002년 아랍연맹에서 선언한 '아랍 평화안'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안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주권국가를 수립하고 1967년 중동 전쟁 이전의 경계를 국경으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스라엘은 이를 강하게 거부한다.
아랍권은 물론 유엔도 지지하는 2국가 해법이 쿠슈너 보좌관의 팀이 곧 발표한다는 평화안에 포함될지는 불확실하다.
쿠슈너가 이번 행사에서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했으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를 맹비난한 것도 팔레스타인의 반발을 샀다.
그는 "가자지구는 지금 그들의 나쁜 지도자(하마스) 탓에 제재를 받고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라며 "따라서 그 지도자는 '우리 주민에 대한 사랑보다 이스라엘의 이웃을 더 증오하는가'라는 자문을 해봐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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