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에 불법 입국, 두번째 추방 절차를 밟던 루마니아 출신 30대 남성이 시카고 공항에서 루마니아행 항공기에 오르기 직전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따돌리고 도주, 화제가 됐다.
26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루마니아인 라두 앵겔(32)은 지난 10일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국제청사에서 ICE 요원 2명에 이끌려 출국장으로 향해 가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틈을 노려 달아났다.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인한 시카고 경찰은 "앵겔이 화장실 사용 후 ICE 요원들의 눈을 피해 멀어졌고, 청사 밖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사라졌다"며 "사법 당국이 공조해 즉각 체포망을 쳤으나 이미 빠져나간 후였다"고 밝혔다.
앵겔은 단기 취업 비자(temporary worker visa)를 갖고 미국에 입국, 기한을 넘겨 체류하다가 지난 2월 텍사스 주에서 ICE에 체포됐다.
그는 곧 루마니아로 추방됐으나, 수개월 만인 지난 5월10일 텍사스 주 동남부 국경 마을 로마를 통해 미국에 재입국하다 다시 붙잡혔다.
앵겔은 인근 라레도에 수감돼있다가 6월10일 추방 집행 명령을 받고,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으로 옮겨졌다.
ICE 측은 현재 어떻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 앵겔을 놓친 두 요원들에 대한 징계 여부, 앵겔이 도주 당시 수갑을 차고 있었는지 등도 알려지지 않았다.
앵겔이 '불체자 성역도시'(Sanctuary City)를 자처하는 시카고에서 도주함에 따라 ICE가 그를 다시 체포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지난달 취임한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신임 시장(56·민주)은 지난 21일, ICE의 대대적 불체자 체포 작전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라이트풋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맞서 이민자·난민 공동체의 권리를 지지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체자 체포 작전 일정을 연기한 뒤 이민자 다수 거주지역을 방문해 '당신의 권리를 알아두세요'(Know your rights)라는 제목의 팸플릿을 배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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