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비상] ③ "터질 게 터졌다"…관로 진단부터 시작해야

입력 2019-06-27 16:00  

[수돗물 비상] ③ "터질 게 터졌다"…관로 진단부터 시작해야
30년 지난 노후 관로 1만4천㎞…"무조건 교체보다 진단 우선"
전문가들 "하수도처럼 상수도도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 필요"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붉은 수돗물' 사태를 지켜본 상수도 분야 전문가들은 언젠가는 발생했을 일이 터진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수도 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체계적인 상수도 관리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언제든지 이와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구자용 서울시립대 교수는 27일 대한상수도학회와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주최로 서울시 용산구 KTX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천 수돗물 사태 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에서 우선 상수도관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가 정리한 '국내 상수관로 현황'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매설된 지 30년이 지나 내용연수(자산가치가 없어지는 시점)가 초과한 전국의 상수관로는 전체 관로 20만9천34㎞의 6.6%에 해당하는 1만3천823㎞에 달했다.



오는 2034년까지 향후 10여년간은 전체 관로의 32.4%에 해당하는 6만7천676㎞ 관로의 내용연수가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연수만으로는 관로의 상태를 판단할 수 없어 교체 대상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구 교수의 설명이다.
구 교수는 "매설된 지 30년이 지나도 쓸 수 있는 관로가 있고 10년밖에 안 됐는데도 상태가 나쁜 관로가 있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현장을 조사해 제때 보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적기에 보수가 안되면 유지관리 비용이 시간이 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며 "특정 시기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물리적 상태나 기능을 평가한 후 잔존수명과 내구연수를 판단해 분배해서 보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최승일 고려대 교수도 "수도관 누수를 확인한다거나 관로 내부를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매설하고 30년이 지났다고 무조건 파내는 게 아니라 관로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고 보수할 수 있는 기술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수도 분야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전국 지방공기업 통계를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상수도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 수는 2008년 1만3천205명에서 2015년 1만1천231명으로 14.9% 감소했다.
전문성을 갖춘 직원 수도 줄어들면서 상수도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구자용 교수는 설명했다.
상수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으로 수돗물 수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데도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함께 했다.
이두진 K-water 맑은물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배수지 등에 자동수질계측기를 설치해 실시간 수질 상태를 확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수도법은 5만t 이상 수돗물을 공급하는 배수지에만 자동수질계측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시간 수질은 제대로 모니터링되지 않고 있다.
이 연구원은 "하수도의 경우 실시간 감시 제도가 있어 하수처리장 물이 수질 기준을 초과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상수도의 경우 관로까지 계측기를 설치하는 게 어렵다면 배수지에 대해서만이라도 감시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수 민원에 대한 우려로 평소 상수도관을 청소하지 않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로 청소방법으로 관 내부에 흐르는 물이 외부로 배출될 때 발생하는 유속을 이용하는 '플러싱'이나 표면이 부드러운 부직포 등을 관내에 삽입하는 '피그세척' 등이 있지만 민원이나 비용 등에 대한 부담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최승일 교수는 "평상시 청소를 하고 관로를 관리해야 하는데 단수나 일시적으로 적수가 나올 수 있다는 민원이 두려워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시장·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은 수돗물 공급이 본인의 책임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평상시에 관로를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시민단체들은 무엇보다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번 사태 초기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상황인데도 수질 기준을 충족하니 마셔도 좋다고 했다가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인천시는 또 붉은 수돗물 사태가 영종도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한국수자원공사의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기존 주장을 뒤늦게 번복하기도 했다.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물은 시민들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며 "정부나 인천시가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시민 모니터링 등의 방안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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