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성수기에도 힘 못쓰는 닭고기…"공급초과로 가격 낮을듯"

입력 2019-06-30 06:00  

복날 성수기에도 힘 못쓰는 닭고기…"공급초과로 가격 낮을듯"
올봄 입식량 늘고 생육 좋아 6월 평균가격 작년보다 7∼15% 하락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일 년 가운데 닭고기 시장의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철 복날이 다가오고 있지만, 시장에는 싸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공급이 몰리면서 평균가격이 예년보다 낮게 형성된 데다, 7월 중순부터 삼복더위가 시작되더라도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3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7월 생계유통가격은 1㎏당 1천100∼1천300원 선으로 지난해 1천467원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6월 평균 생계유통가격도 평년 대비 대(大)닭 15.9%, 중닭 10.0%, 소닭 7.7% 각각 낮게 조사됐다.
농업관측본부는 "도계 마릿수가 늘어나는 데다가 생산성도 회복됐기 때문"이라며 "다음 달 상순 가격은 초복 수요로 일시적으로 상승하겠지만, 도계 물량이 많아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닭고기는 여름철 초복과 중복 사이가 연중 최고 성수기이다. 복날 삼계탕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가 휴가철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치킨 수요도 늘기 때문이다.
올해 초복은 7월 12일, 중복은 7월 22일이다.
대체로 닭고기 가격은 또 다른 성수기로 꼽히는 연말연시에 올랐다가, 봄철에 하강 곡선을 그린 후 여름이 되면 다시 치솟는 추이를 매년 보인다.
그런데 올해는 물량이 많아 가격이 예년만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축산 농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육가공업계 관계자는 "닭고기 가격이 힘을 못 쓰는 가장 큰 원인은 공급초과"라며 "7월이 되면 통상 소비가 늘어나니 이를 예상하고 입식(入植.병아리를 사육 농가에 들이는 것)을 늘린다. 올해는 정상적인 소비 패턴보다 생산이 더 많이 들어가서 가격이 내려가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초복∼중복 사이 최고 성수기에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게 된다면 곤란해질 것"이라며 "이 경우 대개 냉동 상태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일단 올봄 중국 등 주변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창궐하고 국내 유입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닭고기에 집중한 게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시각이 있다.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입식을 늘리면서 공급이 수요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또 닭은 기온이 낮으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높으면 폐사율이 올라가는 등 날씨에 매우 민감한데, 올봄 기상이 좋아 생산성이 높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더구나 올해는 매년 골머리를 썩이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등 질병 문제도 없었다.
농업관측본부는 7월 전체 도계 마릿수는 사육 마릿수는 물론, 작업 일수까지 늘어나면서 지난해보다 8.5% 많은 1억1천642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본부는 "표본 농가 조사 결과 이달 현재 닭 생육 상황은 지난해보다 좋은 편으로, 다음 달에도 생산성이 좋으리라고 예측됐다"며 "출하 체중도 지난해보다 늘어난 1.72㎏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복날 삼계탕 소비가 늘어나고, 특히 각 식품회사에서 경쟁적으로 내놓는 가정간편식(HMR) 삼계탕 제품의 보급으로 닭 소비가 증가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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