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속칭 '반쪽 국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국회 정상화 합의문이 휴짓조각이 되고 나서다. 의원총회에서 합의를 거부한 자유한국당이 입맛 맞는 일정에만 참여하는 '선별적 등원'을 고수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28일 본회의를 열겠다고 하는 등 의사일정 강행 의지를 밝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야의 평행선 정국 속에 개정 선거법안을 다루는 정치개혁특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및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을 챙기는 사법개혁특위는 이달 말로 돼 있는 활동기한이 임박하여 초읽기에 몰린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 맞물려 비판 여론이 심화하자 한국당 내에서 전면 등원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당 처지에서 보면 전면 등원으로 선회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애초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의회 폭거"로 보기 때문이다. 사과와 철회를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패스트트랙 충돌에 따른 고소·고발전도 '현재진행형'이다. 과거 같으면 여야의 국회 정상화 합의 때 쌍방 취하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한 현행 국회법 정신을 고려할 때 그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쉬이 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당연히 여러모로 불만스러운 합의는 한국당 의총을 통과하지 못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상태다.
입지가 좁아진 나 원내대표는 의총 추인을 전제로 한 합의였기 때문에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의견을 좀 더 들으려고 하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마저 부정적이다. 이쯤 되면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다른 정당들의 입장에서, 더 나아가 다수 민심의 안목으로 객관적 정세를 헤아리고 원내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합의 처리가 최선이지만, 여러 노력에도 그게 막힐 때 이용하라고 새롭게 들인 장치가 패스트트랙인 것을 고려한다면 더 나은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국회는 지금 할 일이 태산이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활동기간 연장, 6조 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현미경' 심사해야 할 예산결산특위 구성과 위원장 선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오랜 기간 잠들어 있는 민생·개혁 법안에는 먼지만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또 국정조사 요구까지 나오는 북한 선박 삼척항 입항 사건, 붉은 수돗물 문제, 자립형 사립고 심사 논란 등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따져야 할 의제가 차고 넘친다. 한국당은 이런 현실을 고려하여 민심이 반쪽 국회의 비효율을 인내하는 것도 한계에 이르고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전면 등원을 위한 명분을 고민할 것으로 짐작하지만, 여권에 대한 제1야당의 강력한 견제와 시급한 민생의제 대응보다 더 큰 명분이 어디 있는가. 지금이라도 결단하면 그걸 반기는 민의가 더 많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제1야당의 존재감과 대안 정당의 면모를 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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