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G20서 연쇄회담…시진핑 '김정은 메시지' 수면위로, 대화 무드 고조
비건 방한, 북미 간 실무협상 물꼬 주목…文대통령도 '바텀업' 병행 강조
트럼프 방한 앞두고 분위기 고조…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중대 분수령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의 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막을 올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미·중·일·러 등 주요국들 정상이 집결하는 것을 계기로 교착된 북미간 핵(核)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외교적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21일 방북해 확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문 대통령과의 회담 테이블에 꺼내놓으며 '대화 무드'를 고조시켰다 .
한층 더 주목할 대목은 지금까지 한반도 해빙무드를 견인해온 정상들 간의 '톱 다운'(top down) 외교 뿐만 아니라 '보텀 업'(bottom up·실무자간 논의를 거쳐 정상이 최종 합의하는 방식) 방식의 실무외교 라인이 급가동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있을 북미 3차정상회담에서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날 오후 한국을 찾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전날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뉴스통신사와의 합동 서면인터뷰에서도 북한 측에 실무협상에 응할 것을 촉구한 바 있어, 비건 대표의 방한으로 실무협상 재개로까지 연결될지가 최대 관전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나아가 29∼30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해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비무장지대(DMZ) 방문까지 검토 중인 만큼, 6월 말까지 남은 나흘 간이 앞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향배를 좌우하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비핵화 역할에 감사" 시진핑 "한반도 평화 기여할 것" (習近平, Xi Jinping) / 연합뉴스 (Yonhapnews)
◇ 文대통령, 일본서 한중·한러 회담…비핵화 촉진행보 재시동
문 대통령은 전날 서면인터뷰에서 "북미 양국 간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북미협상 재개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가게 될 것이다. 이제 그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밝혔다.
하노이 핵 담판 이후 주춤하는 것으로 보였던 북미 간 핵 대화가 재개될 때가 됐다는 인식을 드러냄과 동시에, 비핵화 협상의 '촉진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 참석 차 일본으로 향하며 이런 행보에 재시동을 걸었다.
이날 오후 일본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곧바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최근 김 위원장의 '대화 지속 의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하며, 비핵화 논의의 물결이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가 브리핑한 시 주석의 전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21일 북중 정상 만남에서 "비핵화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국을 향해서도 "화해 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며 손을 내밀었다.
이날 아침 북한 외무성에서 북미대화 재개에 대해 "남조선(남한)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비판적 입장을 취한 것을 고려하면, 이날 오후에는 이와 상반된 메시지가 발신되며 남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재차 확인하는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에 시 주석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회담, 북미 친서 교환 등은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북미 간 조속한 대화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했고, 시 주석도 "북미 간 3차 대화에 대해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중을 시작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동북아 외교전이 속도를 내리라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28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한러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최근 김 위원장과 만난 바 있어, 여기서 한러 정상이 나눌 대화에 다시금 시선이 집중된다.
문 대통령의 정상외교 외에도 미중 정상회담을 비롯, 미·중·일·러 등 주요국 정상들 간 대화가 비핵화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 비건 방한…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 물꼬 틀까
일본에서 정상들의 연쇄 외교를 벌이는 시기와 맞물려, 비건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는 점 역시 관심을 끈다.
비건 대표는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한미 정상이 논의할 대북 의제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건 대표는 이번 방한 기간 북한을 향해 실무협상을 재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측은 그동안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실무 단위에서의 정교한 조율이 필수적이라며 '선(先) 실무협상 재개' 입장을 견지해 왔다.
거꾸로 얘기하면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이 열릴 경우, 그만큼 3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가 가까워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최근 북한을 향해 정상 간 직접소통에 기반한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논의 일변도에서 벗어나, '보텀 업'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바 있어, 비건 대표의 방한이 한층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서면인터뷰에서 "미국의 실무협상 제의에 응하는 것 자체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한미 정상회담, 핵 담판 중대 분수령…金 반응도 주목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숨가쁜 외교일정은 29∼30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으로 그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 30일 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회담에서 양 정상은 문 대통령이 서면인터뷰에서 언급한 '3차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 물밑 대화'의 자세한 내용을 공유하고, 비핵화 대화를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방안에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것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영변핵 전면폐기 vs 제재 완화'의 맞교환 중재카드다. 문 대통령이 서면인터뷰에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구상을 토대로 북미 간 물밑 협상이 진척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조야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영변핵 전면폐기를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평가하는데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이는 완전한 비핵화의 '입구'에 진입하는 의미를 갖는다는게 청와대의 얘기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이 말한 '불가역적 비핵화'는 완전한 비핵화의 입구에 진입했고, 그 입구에 진입한 순간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은 서로 친서를 받았다는 점을 공개하는 등 교착 국면에 조금씩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는 점 역시 이번 한미정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DMZ 방문을 검토하고 있어, 여기서 북한을 향한 '평화 메시지'가 나오리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연합뉴스와 통일부 공동주최로 열린 '2019 한반도평화 심포지엄'에 참석, 축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DMZ 모처에서 북한을 향해 모종의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들을 만나 김 위원장과 만남 가능성은 부인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그와 이야기할지 모른다"고 언급, 직·간접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점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또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등에 따라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다음 단계'가 열릴지도 판가름 나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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