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트럼프-시진핑 무역문제 '세기의 담판'…'휴전선언' 할까?
美 입김에 공동성명에 '反보호무역·지구온난화' 빠질 가능성
북핵 주변국 정상 '집결'…文대통령, 북미협상 '촉진자' 역할
(오사카=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28일 개막한 일본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미중간 무역전쟁, 반(反) 보호무역주의 논쟁, 북미 핵 협상 등 3가지 핵심 이슈를 둘러싸고 각국의 정상들의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의 기간 세계의 이목이 가장 많이 집중되는 이벤트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벌이는 '무역 담판'이다.
G20 회의 자체보다도 미중 간 양자 회담에 더 큰 관심이 쏠리는 것은 두 나라 사이의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7일 미·중 간 협상이 실패로 막을 내려 양국의 모든 상호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2021년 말까지 1조2천억 달러(약 1천388조원) 줄어들 것이라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지난달 초 양측의 고위급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결렬된 이후 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2천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고, 중국이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고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미국은 다른 3천억 달러 이상의 중국산 제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고, 중국 역시 중국산 희토류 수출을 보복 수단으로 활용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 연쇄 보복의 악순환에 좀처럼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의 '오사카 담판'을 둘러싸고는 일단 양측이 휴전을 선언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90%는 마무리됐다"고 밝힌 가운데, 이미 양측이 무역전쟁 '휴전'에 잠정 합의했다는 보도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작년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회동을 한 뒤 미국 측이 90일간 관세 인상을 유예하기로 하며 '휴전'을 선언한 적 있다
이번 G20의 의제 중에서는 미중 '무역담판'의 연장선에 있는 세계 경제와 무역 이슈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일주의'를 기치로 내걸며 주장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와 이를 우려하는 다른 국가들의 '반(反)보호무역주의' 주장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막 회의가 시작되는 단계이지만, 보호무역주의와 반보호무역주의 사이의 이런 갈등은 미국 측의 '승리'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의장국인 일본이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 공동성명 초안에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뺐기 때문이다. 일본은 대신 '자유무역의 촉진'이라는 완화된 표현을 넣었다.
G20 정상회의는 2008년 처음 시작된 후 매년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공동성명에 포함됐지만, 작년 아르헨티나 회의에서 처음으로 이런 표현이 빠졌다.
이번 회의의 공동성명에는 일본의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로 인해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기후문제와 관련해서도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공언한 미국의 눈치를 보며 공동성명 초안에 '지구온난화'나 '탈(脫)탄소'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주일 프랑스 대사관에서 연설을 통해 "공동선언에 파리 기후협정을 언급하지 않으면 서명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며 반발했다.
공동성명의 보호무역주의나 기후 문제 관련 내용이 대다수 회원국의 의사에 반해 미국이 원하는 쪽으로 치우친다면 G20의 위상 약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을 제외한 북핵 6자회담 당사국 정상들이 집결해 상호 간 활발한 양자 회담을 진행하는 만큼 이번 G20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관계국들의 논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의가 끝난 직후인 29~3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해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비무장지대(DMZ) 방문까지 검토 중이어서 이달 말을 고비로 그동안 교착됐던 북미 간 핵(核) 대화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G20을 계기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촉진자'로서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27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문대통령은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북한 문제를 논의한다.
그동안 북한과의 조건 없는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해온 일본은 G20 기간 북한 문제에 대한 발언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핵 6자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한 푸틴 대통령은 다국간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국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시진핑 주석이다. 지난 20~21일 평양을 깜짝 방문한 시 주석이 오사카 G20 무대에서 북핵 협상 재개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얼마나 해낼지에 시선이 쏠려있다.
오사카 G20 3대 관전포인트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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