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으로 가려고 강을 건너다 익사한 엘살바도르 부녀의 비극적인 사진이 큰 파장을 몰고 오면서 미 의회가 이민자 보호를 위한 예산 마련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 하원은 27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미-멕시코 국경에서 붙잡힌 이민자 보호를 위해 46억달러(약 5조3천억원)의 긴급 구호 예산을 지원하는 법안을 찬성 305명, 반대 102명으로 가결했다.
상원에서 만든 법안이 하원의 문턱을 넘어섬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 곧바로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을 지지한다.
법안은 구금된 이민자들의 열악한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보건복지부에 인도된 이민자 아동을 돌보는 데 30억달러가, 국경순찰대에 붙잡힌 이민자의 임시 주거와 식사에 10억달러 이상이 각각 투입된다.
당초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장과 진보 성향의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이민자 아동의 시설 수용기간을 3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이민세관단속국(ICE) 예산을 감축하는 내용의 수정 입법을 추진했으나 백악관과 공화당의 반대에 밀려 이를 포기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표결에서도 민주당 하원의원 235명 중 진보 성향 의원 71명은 끝까지 반대표를 던졌다.
펠로시 의장도 표결에 앞서 "(이민자) 아동들에게 가장 빨리 재원을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마지못해 상원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엘살바도르 출신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와 23개월 딸이 리오그란데강에서 꼭 끌어안은 채 익사한 사진과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의 열악한 주거 실태에 관한 언론 보도가 이날 법안 통과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사진과 보도로 국경 위기에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에 불이 붙은 덕분에 미 의회가 다음달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열흘 간의 휴회에 들어가기 전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이다.
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본회의 전 펠로시 의장과 한 시간 동안 통화를 하고 보완 조치를 구두 약속한 것도 민주당의 수정안 포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AP 통신과 로이터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구금시설에서 이민자 아동이 사망할 경우 24시간 내에 의회에 통지하고, 이민자 아동의 시설 수용 기간을 90일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법안 통과 소식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남부 국경을 위한 초당적인 인도주의 지원법이 방금 통과됐다. 아주 잘 됐다"라며 "이제 우리는 망명 제도를 고치고 구멍을 없애기 위해 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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