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국기 내리는 등 1시간가량 항의 시위…바레인, 자국 대사 불러들여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평화 논의에 반대하는 이라크 시위대가 27일(현지시간) 주(駐)바그다드 바레인 대사관경내에 난입해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시위대 200여명이 이날 밤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바레인 대사관 정문을 통해 침입, 대사관 앞뜰에 걸려있던 바레인 국기를 끌어 내리는 등 1시간가량 시위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대사관에서 나올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자 공중에 실탄을 발사해 해산시켰다. 시위대는 대사관 건물 안에는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당국은 시위 이후 장갑차까지 배치해 바레인 대사관 주변에서 삼엄한 경비 활동을 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더불어 중동지역의 미국 동맹국 가운데 하나인 바레인은 지난 25∼26일 이틀에 걸쳐 미국의 주도 아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분쟁 해소와 중동 평화 방안을 논의한 국제회의 개최지다.
한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에 "'시오니스트 점령자'(이스라엘)와의 관계 정상화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절대 거두지 않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바레인 회의 참가국들에 전달하고자 바레인 국기를 끌어 내렸다"고 강조했다.
바레인 정부는 시위 직후 자국 대사를 불러들이는 등 강력 대응했다.
바레인 외교부는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이라크의 시위대가 대사관을 공격하고 업무를 방해한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도 이번 일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앞서 미국은 바레인 회의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500억 달러(약 58조1천75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등을 뼈대로 한 중동평화안 경제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스라엘에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큰 호응을 얻지 못지 못했다.
중동평화안 당사자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물론 상당수 아랍국가가 불참해 반쪽짜리 회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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