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스타트업] 게임 고수 진검승부…e스포츠 대회 플랫폼 운영

입력 2019-06-30 11:01  

[U∼스타트업] 게임 고수 진검승부…e스포츠 대회 플랫폼 운영
울산대 창업기업 비움, 아마추어 게이머 위한 '랭킹지지' 개발
베타버전 회원 2만명…"프로게이머·해설 전문가 양성 등 구상"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그만하고 공부 좀 해"
숱한 핀잔을 듣게 했던 게임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이 됐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발달로 게임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이고, 관련 기업은 한계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e스포츠 시장'이나 '신성장 산업' 등 거창한 말을 끌어올 것도 없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게임은 시간 나면 즐기는 취미나 여가생활이 됐다. 독서나 영화감상 등과 다를 것 없는 문화생활이 된 것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주변을 둘러보면 프로게이머 못지않게 한가락 하는 아마추어 게임 고수가 적지 않다.
울산대학교 스타트업 '비움'의 한민 대표는 이 점에 주목했다.
"아마추어 게이머끼리 실력을 겨루는 대회를 열면 어떨까"하는 그의 아이디어는 e스포츠 토너먼트 플랫폼 '랭킹지지'(www.ranking.gg)로 현실화했다.
랭킹지지는 누구나 쉽게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거나,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령 개인이 특정 게임 대회를 주최하고 싶다면, 랭킹지지를 통해 손쉽게 대회를 홍보하고 참가자를 모집할 수 있다. 대회 운영비나 상금은 참가자가 내는 돈으로 마련해 주최자는 금전적 부담이 없다.
랭킹지지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대진표를 짜고, 전적 관리나 상금 전달 서비스 등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제공한다. 일련의 서비스를 대행해주고 참가비의 10%를 수수료로 받아 수익을 낸다.
랭킹지지가 자체적으로 대회를 개최해 승리욕에 불타는 게이머들의 참가를 유도하기도 한다.

인지도 떨어지는 대회에 누가 나가나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된다.
실력이 탄탄한 아마추어 게이머는 항상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친구와 짝을 이뤄 같은 다른 팀과 겨루는 것을 즐기고, 경쟁에서 승리해 토너먼트 사다리를 올라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랭킹지지가 참가자의 랭킹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이 국내외에서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도 있다.
비움이 지난해 7월 출시한 랭킹지지 베타버전은 현재 서비스 회원 2만명, 페이스북 회원 4천500명, 디스코드(음성채팅 프로그램) 회원 1천500명을 보유하고 있다. 대회당 평균 700여명이 참가하고, 매출도 250만원대에 이른다.
비움은 오는 9월 랭킹지지의 새로운 버전을 앞세워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표는 30일 "바둑이나 장기 고수들이 인터넷에서 실력을 겨루고, 축구 등 스포츠 동호인들이 클럽 대회에 참가하는 것처럼 게임 분야도 실력을 겨루는 무대를 마련하고 싶었다"면서 "유튜버 영상으로 유튜브가 급격히 성장했듯이, e스포츠를 사랑하는 게이머들의 열정이 랭킹지지를 키우는 자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움은 2017년 창업 당시만 해도 게임과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캐시빈'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캐시빈은 애플리케이션 사용자에게 길거리 쓰레기통 위치를 알려주고, 쓰레기를 버리면 디지털 캐시를 자동으로 지급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이 사업에는 센서가 부착된 쓰레기통이 있어야 하는 등 적잖은 비용이 수반됐다. 대학생 신분으로 막 설립한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아이템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평가됐지만, 그는 현실적으로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 사업에 매달리지 않았다.
적극적인 피봇팅(사업방향 전환)으로 아이디어를 비축해둔 랭킹지지 개발에 즉시 착수한 것이다.
캐시빈 서비스는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 환경 관련 사업을 하는 한 법인과 총판 계약을 체결, 그 나름대로 사업성을 갖춰가는 중이다.
한 대표를 포함해 울산대 재학생인 이상인·여정민 씨, 졸업생 김지영 씨,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재학생 이승연 씨 등 5명으로 구성된 비움은 랭킹지지를 발판으로 e스포츠 대회 중계나 프로게이머 발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 대표는 "게임대회 중계를 요구하거나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참가자 요구가 많다"면서 "랭킹지지를 통해 프로게이머를 발굴하면서 유튜브나 아프리카 등 개인방송 플랫폼으로 게임을 중계·해설하는 전문가를 키우는 비즈니스 모델도 현실화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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