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합의 번복 후 '정상화' 압박 영향
한국당 몫 상임위원장은 7월 교체…추경처리 등 난항 예고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이은정 기자 = 자유한국당이 28일 의원총회에서 '상임위원회 무조건 등원'을 결정한 것은 지난 24일 여야 3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부결하기로 결정한 지 4일 만이다.
여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에 대한 사과와 패스트트랙 법안 합의처리 약속이 담보돼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거센 상황에서 나흘만의 입장 선회는 예상 밖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국당은 "집권 여당이 국회 본회의를 체육관 본회의쯤으로 여기고 있다"(나경원 원내대표)며 더불어민주당의 '28일 본회의 개회' 방침에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원포인트 본회의'를 위한 합의문이 작성됐고, 곧바로 열린 한국당 의총에서는 불과 30분 만에 '동의'를 의미하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의총에 참석한 한 3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본회의는 제게 맡겨달라, 상임위에는 들어가자'고 제안했고 모두가 동의했다"며 "반대 분위기는 없었다"고 소개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박수 추인 후 의원 4∼5명이 '이제는 국회로 들어갈 때가 됐다', '이제 실질적인 법안을 논의하며 싸워야 한다'고 발언했다"며 "등원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한국당을 향해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지난 24일 나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안을 2시간 만에 의총에서 걷어찬 이후 한국당을 향한 비난 수위는 높아졌다.민주당은 한국당을 향해 '국회 파업'이라고 몰아세웠고,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의 중재역을 자임했던 바른미래당마저 국회 파행을 '한국당 탓'으로 규정하며 압박했다.
나아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 정국 고소·고발전에 휘말린 의원들에 대한 '취하'를 염두에 둔 한국당의 의도적인 '시간 끌기'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도 나왔다.
실제로 최근 조경태·김용태·이학재·장제원 의원 등이 "국회로 들어가자"고 공개 주장하는 등 '백지 등원론'이 부상했다. 조건 없는 등원을 통해 '원내투쟁'을 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최대 쟁점인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방식, 경제토론회 등과 관련해 민주당으로부터 더 이상 양보를 받아내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복귀하는 게 실(失)보다 득(得)이 클 것이라는 손익계산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내달 8일 예정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북한 어선 삼척항 입항 사건, 교과서 무단 수정 의혹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국회 무대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나날이 무너져가는 경제와 구멍 뚫린 안보, 고립무원으로 치닫는 외교, 교과서 조작과 자사고 폐지 강행 등 이념에 휩싸인 교육, 붉은 수돗물 파동 등 국정 전 분야에서 어느 하나 빠짐없이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며 "민생과 안보를 위한 입법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한국당은 이날 합의가 '완전한 국회 정상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리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나 원내대표는 오후 원내대표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개·사개특위 연장과 상임위 복귀만 한 것이지 나머지는 결정된 바가 없다"며 "기존 합의문은 추인받지 않아 무효고 다시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장도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합의를 더 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추가 협상을 이어가면서 제1야당으로서 대여 견제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당은 의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한국당 몫 국회 상임위원장들을 이날 본회의 대신 7월 초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복수 후보가 경합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의 경우 당내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한국당이 정부·여당을 향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순순히 처리해줄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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