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연기 인생 김혜수 "배우 일, 나에겐 운명"

입력 2019-06-28 16:28  

33년 연기 인생 김혜수 "배우 일, 나에겐 운명"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특별전 '매혹, 김혜수' 개최


(부천=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배우로서 영화와 함께한 시간이 짧다면 짧겠지만, 저에게는 엄청난 시간이었어요."
배우 김혜수(49)는 매혹적이다. 첫사랑의 대명사부터, 통통 튀는 말괄량이, 팜므 파탈, 조직 보스에 이르기까지 33년 동안 출연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김혜수는 관객과 시청자들을 매혹했다.
김혜수는 28일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라는 일을 어릴 적 우연히 시작했지만, 지금은 운명적으로 받아들여 진다"고 말했다. 올해 부천국제영화제는 '매혹, 김혜수'라는 제목으로 김혜수 33년 연기 인생을 응축해서 보여주는 특별전을 연다.
김혜수는 "배우 일을 어린 나이에 철없이 시작했고, 배우로서 자각하게 된 것은 20대를 넘어서면서부터였다. 처음엔 배우 일이 제 삶에서 어떤 방향으로 저를 이끌지 가늠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는 "매번 반복해서 느끼는 불만족과 미흡함을 확인해야 하는 괴로운 과정을 극복하면서 (왔다.) 배우로서 느끼는 카타르시스에 도달하고 싶은 욕망이 나를 이끌었다"며 "배우로서 느끼는 기쁨은 단순히 '기쁨'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낙천적인 성격을 타고난 것 같다. 근데 이 성격이 연기할 때는 핸디캡이다. 연기란 드러나지 않는 이면의 섬세함을 잡아내야 하기 때문이다"며 "연기를 해오면서 제 천성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예민함 같은 것들은 훈련이 되면서 쌓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김혜수는 10대 소녀였던 1980년대 데뷔해 4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항상 '톱 배우'라는 수식어를 놓아본 적이 없다.
광고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영화 '깜보'(1986)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10대였지만, 연기를 시작하자마자 성인 역할을 맡게 된 흔치 않은 경우였다.
이후 드라마 '사모곡'(1987), '순심이'(1988), '세노야'(1989) '한지붕 세가족'(1991)과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1988) 등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던 김혜수의 터닝 포인트는 영화 '첫사랑'(1993)이었다. 이 영화에서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며 최연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승승장구하던 드라마에서와는 달리 영화에서는 고전하다가 '닥터봉(1995) '신라의 달밤'(2001), 'YMCA야구단'(2002)을 통해 흥행 배우가 됐고 이후 주연으로 나선 '얼굴없는 미녀'(2004)를 통해 주연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맨 앞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층의 악당'(2010)에서는 그의 코미디 연기가 절정에 달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혜수도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이 영화를 꼽았다. 그는 "제가 코미디 장르를 겁냈는데, 제가 이 장르에 대해 갖고 있었던 편견을 '이층의 악당'을 통해 많이 지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짜'(2012)를 통해 1천만 배우가 됐고, 최근 '차이나타운'(2015), '굿바이 싱글'(2016), '미옥'(2017) 등 장르와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여성 중심 서사의 영화에 연달아 출연했다.
김혜수는 여성 중심 영화에 잇달아 출연한 데 대해 "사회적인 요청이 있었고, 영화계 내부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일반 관객들도 영화 속 캐릭터의 다양성과 캐릭터의 비중 등을 놓고 형평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이것들이 기획에서 실제 결과물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성별을 넘어서는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이라면 저도 최선을 다해서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년을 맞은 데 대해서는 "역사는 요동쳤고 영화는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대형 상영관과 기업화된 구조 등으로 인해 스케일이 크고 상업적인 폭발력이 있는 영화들을 관객들이 많이 접했다"며 "그 반대에 있는 작은 영화들은 묻히게 됐다. 최근 영화 환경에 대해 더 고민할 때인 것 같다"고 했다.
30년 넘게 연기 생활을 하면서도 철저한 자기관리로 큰 잡음이 없었던 김혜수는 후배들의 롤모델로 자주 꼽히기도 한다.
그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느껴진다. 저 자신은 후배들이 느끼는 만큼 썩 괜찮거나 갖춰진 선배가 아니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혜수 특별전 '매혹, 김혜수'는 '첫사랑', '타짜', '도둑들', '국가부도의 날' 등 그의 대표작 10편을 상영하고 그동안의 영화 작업에 대해 생생한 목소리로 직접 듣는 마스터클래스와 전시 등으로 구성됐다.
김혜수는 "'매혹'은 거부할 힘이 없는 정말 매력적인 단어다. 배우로서 항상 들어보고 싶었던 말이었다"며 "지금까지 제가 영화를 통해 경험한 시간 자체가 '매혹'이기도 했다. 앞으로 매혹에 대한 열망을 잃지 않고 싶다"고 강조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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