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대한 과실 근거 없어"…송유관공사 지사장 등 3명도 기소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풍등을 날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검찰이 실화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은 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대형 화재를 초래한 중대 과실이 있다며 '중실화' 혐의로 사건을 송치했으나, 검찰은 이에 대해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인권·첨단범죄전담부(이문성 부장검사)는 실화 혐의로 A(27·스리랑카인)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7일 오전 10시 30분께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인근 터널 공사현장에서 풍등에 불을 붙여 날려, 풍등 불씨가 건초에 옮겨붙은 뒤 저유탱크에서 흘러나온 유증기를 통해 탱크 내부로 옮겨붙으면서 불이 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화재로 저유탱크 4기와 휘발유 등 110억원의 재산 피해가 초래됐다.
경찰이 A씨에 대해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A씨의 경찰 조사과정에서 자백을 강요한 진술거부권 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등 논란이 잇따르자 검찰은 A씨의 혐의 판단 이유에 대해 자세히 밝혔다.
검찰은 수사결과 보도자료에서 "피의자가 저유탱크가 폭발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약간의 주의를 기울여 예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폐쇄회로(CC)TV 및 3D 스캔 자료에 대한 감정 결과 등에 의하면 피의자가 풍등의 불씨가 건초에 옮겨붙은 것을 봤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다만, 건조한 가을 날씨에 산림지역에서 풍등에 불을 붙여 날리지 말아야 한다"며 "그런데도 풍등을 날려 풍등이 불이 붙을 수 있는 장소로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면, 불씨가 꺼진 것을 직접 확인하든지 안전관리자에게 상황을 알려 119 신고를 하게 해야 하는 등의 주의 의무를 이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A씨 외에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책임자와 전 근로감독관 등에 대해 검찰은 혐의를 그대로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지사장 B(52)씨와 안전부장 C(56)씨를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휘발유 저유탱크에 설치된 인화방지망이 손상되거나 고정되지 않은 것을 교체·보수하지 않고, 제초작업을 한 건초더미를 저유탱크 주변에 방치함으로써 안전관리규정 준수의무를 지키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화재 사건 약 3개월 전인 지난해 6월 옥외 탱크저장소 위험물 안전관리자로서 정기점검 시 인화방지망이 설치돼 있지 않음에도 점검표에 '양호'라고 허위 기재하는 등 위험물안전관리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2014년 8월 14일 고양 저유소에 화염방지기를 설치하라는 시정명령을 대한송유관공사가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이행한 것처럼 허위의 확인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로 전 근로감독관 D(60)씨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법인인 주식회사 대한송유관공사도 위험물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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