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이사회 배임 논란속 누진제안 통과…정부 손실보전책 주목

입력 2019-06-2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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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이사회 배임 논란속 누진제안 통과…정부 손실보전책 주목
이사회 의장 '전반적 요금체계 개편' 언급 눈길…한전 요구 반영하나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고은지 기자 = 한국전력공사 이사회가 28일 적자부담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누진제 완화 개편안을 결국 의결함에 따라 정부가 어떤 내용의 손실 보전책을 제시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태유 한전 이사회 의장은 이날 임시이사회 회의가 끝난 후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는 내용과 함께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제개편에 대한 안건'이 가결된 사실도 공개했다.
내달 1일 공시를 통해 요금체제 개편안의 세부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지만 여기에는 한전이 요구하는 손실 보전안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한전의 한 사외이사는 "정부가 한전의 손실 보전을 확실히 함으로써 이사들의 배임 가능성을 낮춰야 의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제 개편안'은 앞서 배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의결을 보류시킨 한전 사외이사들의 요구로 임시 이사회 안건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앞서 대형 로펌 2곳에 누진제 개편안을 수용하면 일부 소액주주들의 주장처럼 배임에 해당하는지를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 부분은 한전이 올 1분기 6천억원 넘는 사상 최대 분기별 적자를 냈는데도 누진제 완화에 따른 부담을 연간 최대 3천억원가량 떠안는 것과 관련돼 있다.
한전은 로펌의 판단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배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들을 비롯한 한전 이사회가 의결을 보류했고 지난 1주일 사이 정부와 한전 간에 손실 보전책에 대한 의견이 이사회 측에 전달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부 당국자는 이날 한전 이사회가 끝난 뒤 손실 보전안과 관련해 한전이 협의를 요청해오면 논의하겠지만, 한전의 요구사항을 모두 다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는 지금까지 부처 및 국회와 협의를 거쳐 정부 재정지원으로 한전 손실분을 일부 보전해주겠다는 방침까지만 대외적으로 공표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정부의 재정지원 외에 어떤 다른 손실 보전책을 한전 측에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난해 산업부는 한전의 누진제 손실을 보전해준다고 했다가 막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으로 폭염이 자연재난에 추가된 만큼 올해는 국회도 한전 손실 보전 등에 협조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전 손실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말했다.
현재 가능성이 있는 손실 보전책으로는 그간 한전이 주장해온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 폐지가 꼽힌다.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는 전기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소비자에게는 월 4천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취약계층이라는 원래 취지와 달리 1인 가구 등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필수사용량 보장 공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최근 확정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나와 있듯 계시별 요금제 도입 등에 따른 전기요금 체계 개편도 한전 재정상황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이다.
현재 산업·일반용 고압에만 적용하는 계시별 요금제(계절과 시간대에 따른 차등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는 스마트계량기(AMI) 보급 일정에 맞춰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최대한 AMI 보급을 늘린다는 입장이어서 계시별 요금제가 도입되면 한전 재정이 이번 누진제 개편에 따른 부담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지 향후 지켜볼 대목이다.
특히 이번 누진제 개편은 지난해처럼 일회성으로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 약관에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전의 부담이 더 컸다.

그러나 한전으로선 전기요금 개편안이 정부의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민관 태스크포스(TF)의 최종권고에 따른 것이어서 계속 외면하기가 힘들고, 에어컨 등 냉방 할인에 따른 국민 편익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었다.
한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기업으로서 '공익성' 측면과 뉴욕 증시까지 상장된 '기업성'이 부딪히는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한전 발전 자회사 관계자도 "국민 다수의 편익도 중요하지만 한전은 엄연히 수익을 내야 하는 주식회사이기도 하다"라며 "공기업 운영이 투명해진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이 배임 위험을 무릅쓰고 손실을 안길 것이 뻔한 누진제 개편안을 처음부터 받아들이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한전 재무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중요한 변수다.
한전의 재무상황이 풀리면 누진제 개편에 따른 적자부담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천억원 정도 적자를 냈을 때는 국제유가 등 연료비 상승과 원전정비 일수 증가에 따른 원전가동률이 65%까지 떨어진 요인이 강했다. 지난해 6년 만에 적자로 전환하기 전 2013년∼2017년 한전은 30조원 이상 막대한 초과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배럴당 유가가 현재 60달러 초반대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원전가동률도 현재 75%이상 올라가는 추세여서 한전 재무상황이 호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sungjin@yna.co.kr, e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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